하나금융그룹과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하나금융은 지난 주말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공식 결의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통합은 대박”이라면서 “3년간 1조 원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외환은행 노조 역시 5000여 명의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외환은행 사수 전 직원 결의 대회’를 열고,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2.17 합의서’ 준수를 촉구했다.
결국, 하나금융이 내세운 현실론과 외환 노조의 명분 사이에서 외환은행 일반 직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조기 통합의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 하나-외환 조기 합병 공식 결의
하나금융은 지난 11~12일 이틀간 하나은행 50명, 외환은행 34명을 포함한 그룹 전체 임원 135명이 참석한 임원 워크숍을 열고, 조기 통합 결의문을 채택했다.
양행 임원들은 결의문을 통해 “조직의 비전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비전이 더 중요하다”면서 “통합은 빠르면 빠를수록 시너지 효과가 크고, 그 효과는 직원들의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통합 시너지가 연간 3121억 원에 달한다면서 3년 빨리 통합하면 1조 원 규모의 시너지 효과를 더 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론 IT투자와 신용카드 프로세스 일원화, 외화 조달 등에서 2692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상호 강점을 공유하면 429억 원의 수익을 더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양행이 통합하면 점포 네트워크가 975개로 늘고, 총 여신도 200조 원대로 확대되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카드 부문 시장 점유율도 7.8%대로 뛰면서 추가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 ▲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1~12일 이틀간 그룹 전체 임원 135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원 워크숍을 열고,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결의문을 채택했다. 오른쪽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
◇ 외환 노조도 전 직원 결의대회 ‘맞불’
외환은행 노조도 12일 서울역에서 전 직원 결의대회를 열고 맞불을 놨다. 외환 노조는 하나금융이 주장하는 합병 시너지는 사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외환은행은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된 2012년 이후 수익성이 급격하게 나빠진 만큼 하나금융과 김정태 회장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2011년 중간배당을 통해 7800억 원, 외환은행 자사주 소각에 5000억 원, 외환카드 분사 과정에서 출연금 6400억 원 등 2조 원에 이르는 자산을 빼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규 대출과 영업점 확대 등을 막으면서 외환은행의 발전을 가로막았다고도 말했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하나금융의 경영 간섭만 중단하면 외환은행은 올해 당장 2년 전 모습을 회복할 것”이라면서 “김정태 회장은 합병을 운운하기 전에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12일 오후 서울역에서 직원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외환은행 사수 전직원 결의대회'를 열고,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
◇ 하나금융의 현실이냐, 외환 노조의 명분이냐
하나금융이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공식 결의하면서 양행의 통합작업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조기 통합의 당위성을 놓고 양측의 치열한 힘겨루기도 예상된다.
‘2.17 합의서’가 가장 큰 관건이다. 외환은행 노조엔 합의서 파기가 가장 큰 명분이다. 반면 하나금융은 위기 극복을 위해선 조기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합의서 서명 당시 금융위원장이 입회인 자격으로 참여한 만큼 금융위의 의중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 일반 직원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2.17 합의서’가 양측의 합의로 만들어진 만큼 외환은행 대다수 직원이 동의하면 기존 합의서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금융위 역시 딱히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
하나금융은 이에 따라 노조 강경파와 일반 직원들 특히 10년 차 젊은 직원들을 분리해 차별화된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반 직원들은 조기 통합의 불가피성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는 게 하나금융의 판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외환은행은 언젠간 합병이 불가피하다”면서 “결국 어떤 청사진과 어떤 당근으로 외환은행 일반 직원들을 설득하느냐가 조기 통합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