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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다시, 금융의 선관주의의무를 생각한다<끝>

  • 2014.11.10(월) 10:48

히든 챔피언 모뉴엘에 가려진 한국금융의 민낯

이번 모뉴엘 사건에서 우리은행이 화제다. 일찌감치 문제를 인식하고 미리 대출을 회수해 손실을 보지 않아서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소 뒷걸음질’이라며 겸손했다. 당시 본부 여신심사부 사람이 해당 영업본부장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뒤져본 결과 문제가 있어 자금을 회수했다는 설명이다. 사람이 바뀌면서 다시 들여다볼 기회를 얻었다는 얘기다.

내용상 거의 차이가 없는 지난 2002년 ㈜쌍용 부산지점 무역금융 사기사건을 보자. 이 사건도 그룹이 어려운 시절에 ‘종합상사’를 통해 돈을 융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의 2003년 1월 10일 자 보도자료를 보면, ㈜쌍용 부산지점은 수출입 관련 서류를 위•변조하는 방법으로 유산스 L/C 등을 위법•부당하게 네고해 자금을 조달하다가 적발됐다.


당시 조흥은행 부산지점 등 7개 은행 8개 지점에서 돈이 나갔다. 금감원은 보도자료에서 사고 발생 경위로 ‘2002년 8월 27일 조흥은행 부산기업지점에 새로 부임한 담당 직원이 ㈜쌍용 네고 서류를 재점검하는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고 적었다. 이번 우리은행과 똑 닮았다. 새 담당자가 오면서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이처럼 계약이 성사되면 이후 반복해서 일상의 일처럼 진행하는 무역금융에선 문제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올 초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 건도 비슷하다. 매우 오랜 기간 누적되면서 피해금액이 커졌다.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의원들의 은행 책임론에 “모뉴엘은 자산이 3500억 원이나 되는 외부감사 법인이다, 외감법인 매출은 회계법인에서 여러 검증을 거쳐 확인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해외에서 이동하는 수출채권은 신용장 통일 규칙에 따라 서류만 검토한다, 실제로 물품을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권 행장의 해명은 솔직히 은행 업무처리 지침에 따라 특별히 하자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을 관행이라고 하든, 업무 현실상 실제로 어렵다고 하든 그렇게 하는 것이 최소 의무인 점은 분명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소 뒷걸음’ 얘기도 어느 정도 겸연쩍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도 금융인으로서 선관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현재 무역보험공사와 책임 공방이 마무리되지 않아 은행의 구체적인 손실 규모를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이 공방 자체가 볼썽사나운 이유다. 이번 사건이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전제로 나간 돈이라 하더라도 자금을 집행한 은행의 관리 책임이 적다고 할 수도 없다.

정부부처 간 관리•감독의 문제도 과제다.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의 업무 영역 논쟁은 이젠 지겨울 정도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통합 문제와 함께, 때만 되면 나오는 것이 이들 수출•무역금융 관련 공적 기관의 통폐합 문제다. 분리할 때도 이유가 있어 그렇게 했겠지만, 사실상 금융업무를 취급하면서도 금융감독당국의 정보 획득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지는 항상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수출입은행이 담보 없이 전액 신용으로 대출한 것과 관련해선 업무영역이 비슷한 무역보험공사와의 실적 경쟁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히든 챔피언으로 선정한 데다 무역보험공사가 거액의 보증을 서면서 수출입은행이 나 몰라라 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인식하는 가계부채 문제는 여전히 안전행정부와 감독 책임이 애매한 신협•새마을금고 부실이 뜨거운 감자고, 수출•무역금융 사고와 관련해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무역보험공사가 연루되지 않은 적이 거의 없을 정도다. 기업에 보증해주라고 신•기보가 있고, 무역 관련 보증서 떼주라고 만든 것이 무역보험공사이긴 하지만, 신용질서가 무너지면 그것은 결국 우리 사회의 비용이다.

부실 대출로 무너진 은행을 살리기 위해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것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재무제표상에서 보면 회계처리 항목의 일부 차이만 있을 뿐. 그 돈의 모든 뿌리는 국민의 세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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