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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금융서 관계형금융까지 "우물서 숭늉 찾는다"

  • 2014.11.16(일) 12:00

금감원, 장기대출과 지분투자 등 '관계형 금융' 가이드라인
금융위의 기술금융과 실적 경쟁 조짐도…은행 부담만 가중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관계형 금융’을 독려하고 나섰다. ‘관계형 금융’을 위한 업종과 지원 방식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금융처럼 여건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실적만 강요하다 보면 혼란과 부작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기술금융, 금감원은 관계형 금융으로 실적 경쟁에 나서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 금감원, '관계형 금융' 가이드라인 제시

‘관계형 금융’은 은행이 기업과의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장기대출이나 지분투자 더 나아가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면서 기업의 성장과 함께 사업 성과를 공유하는 제도를 말한다. (표 참조)

 


‘관계형 금융’은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 등 지역 밀착형 금융회사가 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담보만 믿고 돈을 빌려주는 은행권의 보수적인 여신 관행을 바꾸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금감원은 우선 제조업과 정보통신 중소기업을 ‘관계형 금융’ 대상기업으로 지목했다. 또 기업의 신용등급 이외에 대표자의 도덕성과 경영 의지, 업계 평판, 사업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도록 주문했다.

지원 방식은 3년 이상의 장기대출이나 지분율 15% 이내의 지분투자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해당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경영컨설팅도 제공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관계형 금융’ 활성화를 위해 은행의 평가체계도 개선한다. ‘관계형 금융’ 취급 실적을 은행 혁신성 평가지표와 영업점 성과평가 지표 등에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올 하반기부턴 은행별 취급 실적도 점검해 발표한다.

금감원은 “’관계형 금융’으로 중소기업은 안정적인 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은행은 새로운 수익기반을 만들 수 있다”면서 “지분 투자를 병행하면 기업경영을 밀착 모니터링할 수 있어 대출 부실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일방적인 실적 강요로 혼란과 부작용 우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보수적인 여신 관행 개선 차원에서 ‘관계형 금융’ 모델을 대안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충분히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실적을 강요하면서 혼란과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장기간의 신뢰 관계에 기반을 둔 ‘관계형 금융’의 속성상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기도 어렵다. 그러다 보면 은행들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무작위로 대상 기업을 정하거나 기존 거래기업을 ‘관계형 금융’으로 포장만 할 수도 있다.

기술금융을 밀고 있는 금융위와 서로 견제하면서 실적 경쟁에 나서는 모양새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이 ‘관계형 금융’ 대상업종으로 지목한 제조업과 정보통신은 기술금융 영역과 상당 부분 겹친다.

은행권에 지분 투자를 독려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업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데다, 은행은 기업이 성공했다고 이자를 더 챙기기보단 안정적인 자금줄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기술금융에 이어 ‘관계형 금융’이란 그럴듯한 구호에 발을 맞춰야 하는 은행들의 부담만 가중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술금융도 좋고 ‘관계형 금융’도 좋지만, 우물에서 숭늉 찾듯 당장 실적을 강요하는 게 문제”라면서 “결국 이에 따른 부담은 은행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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