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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기술금융 새 단장, 혁신성평가는 표류

  • 2015.06.08(월) 11:00

"양적 확대에서 질적 내실화로" 기술금융 제도 개선
혁신성평가, 기술금융평가와 분리…"내년 제도개편"

금융당국이 1년 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기술금융 관련 제도를 개선한다. 양적 확대로만 흐르던 은행권 기술금융 관행을 내실화로 돌려보겠다는 취지다. 기술금융 과열 양상을 부추긴 혁신성평가는 기술금융평가(TECH)를 떼어내 따로 실시하기로 했다.

◇ 실태조사 결과 '무늬만 기술금융' 만연

금융위원회는 8일 기술금융 실태조사 결과와 개선안을 발표했다. 기술금융이란 안정적인 담보대출 위주로 영업을 해왔던 은행권의 '보신주의'를 타파하겠다며 금융당국이 강조해온 개념이다. 담보가 부족하고 신용등급은 낮지만, 기술력이 높으면 금융사가 이를 평가해 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들은 지난해 7월부터 올 4월까지 모두 3만 9685건에 대해 25조 8000억 원 가량의 자금을 기술금융이라는 이름을 달아 중소기업에 공급했다. 기존의 일반 중소기업 대출과 비교하면 평균 0.45%포인트 낮은 금리로 4억 4000만 원 많은 금액이 제공됐다.

그러나 은행들이 기술금융 실적을 높이기 위해 기존 대출에 이름만 바꿔 다는 경우가 있어 '무늬만 기술금융'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기술신용평가(TCB)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위가 지난 4월부터 한 달 간 은행과 기술신용평가기관을 점검한 결과 지적됐던 문제들이 사실로 드러났다. 기존 거래 기업, 대형 기업, 기술과는 무관한 기업(예식장업, 숙박업, 부동산임대업 등)에 기술금융이 이뤄진 경우가 있었고, 기술신용평가가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 취지 살리고, 부작용 줄이는 방안 내놔


금융위는 기술금융평가(TECH) 점수 산정 방식을 바꿔 잘못된 관행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우선 '무늬만 기술금융'을 차단하기 위해 이미 거래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기존 대출에서 증가한 대출액만 기술금융평가의 실적으로 인정한다.

대출규모나 차주 수 등 양적 지표에 대한 평가 비중을 줄여 양적 확대 경쟁을 완화하도록 한다. 기술금융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신용대출과 우수기술 대출, 초기기업 대출 실적을 비중 있게 반영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TCB 평가 절차는 최대한 단축하도록 한다.


취임 직후 기술금융 실태조사를 지시했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개선안을 토대로 기술금융을 은행 중소기업 대출 시스템에 '항구적으로'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권에서 유행했다가 사라진 '녹색금융'의 전철을 밟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재차 밝혔다.

◇ 골치 아픈 혁신성평가 개선은 '일단 보류'

TECH를 혁신성평가와 분리해 실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혁신성평가는 은행들의 기술금융 양적 확대를 부추긴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혁신성평가가 금융당국이 강하게 추진한 기술금융 실적을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 데다가, 여러 평가 요소가 합쳐져 있는 '금융관행 개선'이나 '서민금융' 항목과 비교하면 기술금융 부문은 양적 확대만으로도 점수를 쉽게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번에 혁신성평가 개선 방안을 함께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기술금융평가 개선안만 발표했다. 기술금융 평가 배점을 줄이더라도 '관치논란'이나 '실효성 논란'을 잠재우기 쉽지 않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는 혁신성평가를 금융감독원이 주도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금감원의 반발로 보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함께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올해까지 혁신성평가를 진행한 뒤 내년에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금융평가 제도를 분리한 만큼 실효성 등을 따져 제도 존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혁신성평가는 금융위가 의욕적으로 만든 제도이기 때문에 주도권을 갖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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