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별로는 지난해 대출자산을 큰 폭으로 늘리기도 했지만 마진이 줄어든 영향으로 이익 기여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이자이익은 전년보다 감소한 은행도 있었고, 늘었더라도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 대손충당금 전입액 줄어든 효과
▲ 단위:억원, 자료: 각 은행 IR자료 |
지난 해 은행들의 이익이 늘어난 것은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전년보다 줄어든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난 2013년 굵직한 대기업들이 망가지면서 은행들은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지난 해엔 그 규모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이익이 늘어났다.
우리은행의 경우 전년도 2조 원이 넘었던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지난 해 1조 원 미만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덕분에 이익이 3943억 원에서 지난해 6463억 원으로 64% 증가했다. 물론 덩치와 비교하면 이익 규모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기는 하다.
신한은행도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7382억 원에서 4562억 원으로 38% 감소했다. 국민은행도 1조 원이 넘었던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지난해 8876억 원으로 16.7% 줄어들면서 당기순이익도 간신히 1조 원을 넘길 수 있었다.
하나금융 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단순 합산한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전년보다 4.19% 감소했다. 외환은행만 유일하게 200억 원가량 충당금 전입액이 늘어났다.
◇ 주담대 등 자산 대폭 확대..이자이익은 되레 감소
▲ 단위:억원 |
지난해 은행별로 편차는 있지만 비교적 대출 자산을 많이 늘렸다. 하반기 정책방향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다. 은행들은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마진이 하락했지만 대출을 늘림으로써 어느 정도의 이익 감소는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런 박리다매 전략도 통하지 않은 분위기다. 자산이 늘어난 만큼 이익을 확보하지 못했다. 일부 은행은 이자이익이 전년보다 줄어드는 등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내기도 했다. 통상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이자가 떨어지면 대신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일정 정도의 마진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엔 정부의 의도적인 주택담보대출 확대와 사실상의 가격 통제(?)로 마진을 확보할 방법이 없었던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출자산 증가세가 가장 컸던 신한은행은 지난 한해 원화대출을 8.8% 늘렸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도 각각 9.4%, 8.3%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은행의 순이자이익은 0.4%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나마도 연간 순이자마진(NIM)이 0.02%포인트 빠지는데 그친 덕이다.
우리은행은 원화대출 7%, 이중 가계대출을 12%나 늘렸지만 순이자이익은 오히려 전년보다 7%나 빠졌다. NIM이 무려 0.17%포인트나 떨어지는 등 마진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이자이익도 감소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떨어진 후 대출을 많이 늘려도 대출수익률이 높지 않다"며 "특히나 다른 은행보다 순이자마진이 많이 빠지면서 이자이익이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올해 지배구조 문제로 경영공백이 있었던 국민은행은 원화대출을 4.6% 늘리는데 그쳤다. 그나마 가계대출은 7.8% 늘었지만 기업대출은 1%도 채 늘리지 못했다. 지난 해 대출 증가가 미미해 이자이익도 3.7% 감소했다. NIM 역시 0.1%포인트나 빠졌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이 76% 이상 차지하는 기업은행은 지난해 총대출을 151조7120억 원으로 전년보다 6.8% 늘렸다. 이자이익도 5.3%나 늘리는 효과를 얻었다.
◇ 작년 4분기는 '망했다'..비이자부문 탓
지나해 4분기 순익은 더 엉망이다. 전 분기보다 반토막 이상 순익이 쪼그라들었고,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도 대부분 지난해 4분기보다 이익이 감소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해 1479억 원의 순익을 내 전 분기보다 57.6% 감소했다. 그룹 기준으로 포스코 교환주식 324억 원, 대한전선 출자전환 주식 683억 원 등 유가증권 손상차손과 대출채권 매각 손실 등 손실규모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한은행의 4분기 순익은 1833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57.4% 감소했다.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35% 줄어든 규모다. 모두 유가증권 손상차손 등으로 비이자 부문 이익이 줄어든 영향이다. 농협도 655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63.2%나 감소했다. 삼부토건 540억 원 동아건설 301억 원 등의 손실을 반영하고, 대한전선 673억 원의 손상차손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병건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대손비용은 줄었지만 순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모두 망가졌다"며 "대손비용도 지난해 수준이 그나마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하면 앞으로는 충당금을 줄여서 이익을 늘리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