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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부양 총알받이 내몰리는 은행들

  • 2015.03.02(월) 15:30

정부, 저금리 고정금리 대출 드라이브로 은행 수익성 타격
"가계부채 리스크 해소위해 은행에 희생 요구 기조 재확인"

시중은행들이 부동산 경기부양과 가계부채 안정화라는 모순된 정책 사이에서 총알받이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최근 저금리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출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띄우려는 취지다. 그러다 보니 은행엔 독이 되고 있다. 당장 수익성 악화는 물론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여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 안심전환대출, 은행 수익성엔 독


금융위원회는 오는 24일 고정금리 갈아타기 대출상품인 안심전환대출을 내놓는다. 변동금리 내지는 이자만 갚고 있는 거치식 대출을 저금리의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최저 금리는 2.8~2.9% 선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현재 변동금리 만기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인 3.5%와 비교하면 0.6~0.7%포인트나 낮다.

문제는 이에 따른 부담이 고스란히 은행들에 돌아간다는 점이다. 이번에 전환 대상이 되는 대출은 주로 4% 안팎의 고금리 대출로 추정된다. 이 대출을 2%대 후반대 금리로 바꿔주면 은행은 그만큼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20조 원이 한도인 안심전환대출이 소진되면 은행권에 1400억~16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은행당 250억~500억 원 내외의 순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심전환대출로 연간 순이자마진(NIM)이 1bp 정도 하락할 것”이라면서 “특히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3bp와 2bp씩 떨어지면서 타격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 금리 오르면 추가 부담 고스란히

 


여기에다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그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고정금리 대출의 금리는 변동금리보다 더 높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수도 있는 만큼 미리 이자를 더 받아두는 차원이다.

반면 안심전환대출은 고정금리인데도 기존 변동금리보다 더 낮게 금리를 책정해 앞으로 금리상승에 따른 리스크가 더 크다. 이 리스크는 은행과 함께 안심전환대출의 주체인 주택금융공사의 몫이다.

주택금융공사가 대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을 은행들이 인수해 최소 1년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은행권엔 부담이다. 금융위 입장에선 은행이 대출을 전환해주면서 주택금융공사에 넘긴 대출채권만큼 현금이 유입되면 다시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은행 입장에선 가만히 앉아서 손실을 감내하라는 얘기다.

일부에선 자본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에 MBS 보유를 강제하면 금리 상승 등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다른 장기채권 처분에 나서면서 채권시장에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부동산 경기부양 총알받이 내몰리는 은행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이런 정책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가계가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이자 부담이나 금리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정책을 펼치고 있고, 그만큼 은행 수익성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과 가계부채 안정화라는 모순된 정책을 병행하면서 결국 은행들만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모양새다.


심지어 현재 3%대 중반대 금리로 공급하고 있는 일반 혼합형 고정금리 대출이 무수익 자산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의 평균 조달금리와 비용 등을 고려할 때 거의 수익이 나지 않는 반면 금리가 오르면 곧바로 역마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가계부채 구조 개선으로 시스템이 안정되면 결국 대손비용 하락과 함께 은행에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반면 정부가 창조금융을 외치면서도 은행권엔 여전히 정책기관에 준하는 역할만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다.

유상호 연구원은 “안심전환대출은 가계부채의 잠재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은행의 희생을 요구하는 정책 기조를 재확인해줬다”면서 “결국 거시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이런 리스크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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