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금융감독원에 이어 한국거래소를 잇달아 방문하면서 현장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특히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밝힌 대로 이젠 선수들의 작전을 일일이 지시하는 코치가 아니라 경기 전반을 관리하는 심판의 역할에 주력하겠다는 얘기다.
반면 금융권에선 임 위원장의 현장 행보가 보여주기식 쇼에 그치지 않으려면 청와대와 정치권의 인사 외풍에 대한 바람막이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가운데)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 거래소 홍보관을 방문해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왼쪽)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 임 위원장, 자율과 책임 원칙 강조
임 위원장은 19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코넥스 시장의 전면 개편과 함께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화두를 제시했다.
특히 “정부와 시장, 업계, 투자자 모두의 변화가 필요하다. 필요한 규제와 감독은 하되 시장 자율성을 침해하는 불필요한 개입은 최소화하겠다”면서 자율과 책임의 원칙을 최우선 순위로 강조했다.
그는 앞서 금감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개혁이라는 한 배를 타고 있으므로 함께 혼신의 노력을 다하자. 금융권에 자율과 책임 문화가 정착되려면 당국이 솔선수범해 먼저 변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사사건건 개입하는 코치 역할은 끝
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 내정 직후부터 줄곧 자율과 책임 원칙을 강조해왔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금융개혁과 혁신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임 위원장이 자율과 책임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 금융회사의 수장으로 일하면서 창의성과 역동성을 가로막는 관치금융의 폐해를 절감했다는 얘기다.
“첫째도 현장, 둘째도 현장”이라면서 현장을 강조하고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당국이 금융 현장의 구체적인 손톱 밑 가시를 제대로 파악해야 금융회사들이 더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취지다.
◇ 인사 외풍 차단이 금융개혁 열쇠
반면 금융권에선 임 위원장이 내세운 자율과 책임을 구현하려면 인사의 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KB금융 사태에서 보듯 관피아와 정피아가 판을 치는 환경에선 혁신은커녕 현상 유지도 쉽지 않아서다. 최근엔 관피아가 물러난 자리를 전문성이 전혀 없는 정피아가 꿰차면서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는 그동안 이 과정에서 바람막이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오히려 금융위 고위 관료가 '앞잡이' 역할을 자처하면서 금융권을 휘저은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임 위원장이 이 사실을 직시하지 않고 전임 위원장처럼 “시장에서 만들어진 얘기”라고 치부하는 순간 금융개혁은 물 건너간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위원장이 청와대와 정치권의 인사 외풍을 얼마나 막느냐에 따라 금융개혁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임 위원장의 현장 행보 역시 보여주기식 쇼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