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금융개혁방안을 심의하는 민간 기구인 '금융개혁회의'의 구성을 마치고 25일 첫 회의를 열었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금융개혁회의는 임종룡 위원장이 추진할 금융개혁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조만간 출범할 금융개혁자문단의 분야별 전문가와 함께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한다.
그런데 이 회의에 참여하는 금융분야 전문가 5명 가운데 은행권을 대표할 전문가는 빠졌다. 은행은 금융의 핵심으로 금융개혁의 주요 대상이자 주체이다. 은행권 전문가나 대표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개혁회의는 학계(6명), 금융(5명), 산업·경제·IT(4명), 연금·세제·컨설팅(4명) 등 총 19명으로 구성됐다. 금융에선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주재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손병옥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 등 5명이다.
증권, 자산운용, 보험사 대표는 각 1명씩 포함됐다. 이종휘 이사장이 지난 2011년 3월까지 우리은행장을 역임했지만 이후 은행 경영환경은 크게 바뀌었다. 현재는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으로 정책금융이나 서민금융 쪽에 가깝다. 주재성 대표 역시 우리은행 내부 조직이 아닌 계열사인 연구소를 맡고 있다. 둘 다 은행권을 대표할 정도로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다.
반면 금융개혁의 간접 사정권에 있는 산업·경제·정보통신(IT) 분야에선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과 송재희 중기중앙회 부회장, 정준 벤처기업협회장 등 각 업종을 대표할 전문가가 포진했다. 정작 금융개혁의 핵심이 될 은행권 대표만 소외된 셈이다.
임 위원장은 이날 첫 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금융은 저금리, 고령화, 금융과 IT융합 등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우리 금융이 변해야 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권은 기존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야 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과 연계하거나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다각적 분야에 대한 진출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런 임 위원장의 발언을 보더라도 은행산업이 모두 직접 연관된 이슈이고 과제이다. 그런데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치 은행만이 개혁의 대상이 된 느낌이다. 전통적으로 산업분야는 금융이 기업에 자금을 대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품고 있다. 보험과 증권도 고객의 편의성을 무시하고 은행이 자기 영역 지키기에만 급급하다고 날 선 시각을 보여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나 금융당국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권 한 고위관계자는 "구성을 보면 은행 쪽에서도 현직에 있는 분이 참석하는 게 맞아 보인다"며 "금융개혁이란 것이 사실 디테일한 쪽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은행 현안에 밝은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특정 업무 권역을 대표하는 의미보다는 금융 현안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들로 구성했다"며 "이달 말 출범할 금융개혁자문단은 업계 실무자나 실질적으로 연구·분석할 수 있는 인력들로 구성할 계획이어서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