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금융지주사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지난 1분기보단 악화하겠지만, 예상했던 수준 만큼 가혹하지는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워크아웃에 들어간 포스코플랜텍이 이어 수조 원대의 손실이 예상되는 대우조선해양까지 일회성 충당금 비용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실적발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대우조선 문제가 불거지자, 충당금 반영 여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분위기다.
이들 기업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대손비용이 하락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지난 3월과 6월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가 있었지만 대출 증가로 마진 하락을 일부 만회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2분기 실적 전망을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 리딩뱅크
신한금융지주(22일)와 KB금융지주(23일)가 하루 차이로 실적발표를 한다. 두 회사의 실적발표에 유난히 관심이 쏠리는 데는 누가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있다.
논란의 여지 없이 1등 금융지주는 신한금융이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2분기 실적 전망치는 5590억 원, KB금융은 3430억 원이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리딩뱅크 탈환을 목표로 달려왔다. 그리곤 지난 1분기 1800억 원대 법인세 환입 등의 영향으로 분기 기준으로 '깜짝 탈환'을 하기도 했다.
2분기엔 다시 신한금융에 자리를 내주지만 KB금융 내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3000억 원대의 희망퇴직 비용이 일시에 발생한 점이 순익을 큰 폭으로 줄였는데, 이를 고려하면 신한지주를 제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KB손해보험 출범 등으로 비은행 부문의 이익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면서 1등 탈환이 머지않았다는 예상도 조심스레 나온다.
◇ 안심전환대출
안심전환대출 취급으로 인한 마진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3월과 6월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요인으로 인한 마진 하락은 2분기에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순이자마진(NIM)이 일제히 하락할 것"이라면서도 "NIM의 월별 동향은 4월에 큰 폭 하락했고, 이후 회복되는 국면에 있다"고 분석했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도 "NIM 하락 폭은 2분기를 정점으로 축소될 것"이라며 "안심전환대출에 따른 급락 영향을 빼더라도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감 반영 등으로 우리나라 시중금리의 추가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7%대의 빠른 대출 성장은 그나마 은행 이익에 보탬이 되고 있다. 다만 마진이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늘린 은행보단 중소기업대출이나 소호대출을 중심으로 늘린 은행의 NIM 회복세나 수익성은 더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 포스코플랜텍과 대우조선해양
2분기에도 어김없이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일시적인 충당금 부담이 생겼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은행권의 익스포져는 2849억 원에 이른다. 특히 하나금융의 익스포져는 하나 299억 원, 외환 604억 원을 합한 903억 원에 이르고, 신한지주도 810억 원에 달해 이익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표 참조>
수조 원 대의 손실이 예상되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충당금 부담도 생겼다. 아직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되기 전이고, 이에 대한 처리방향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은행별로는 내부 관리등급 조정 등으로 일부 충당금을 2분기 실적에 반영할 계획이다.
대형은행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관리등급이 내려가기 때문에 일정 부분은 2분기에 충당금으로 반영하고 가야 할 것"이라며 "은행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수 백억 원 수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에 따르면 상장사 중에선 국민은행의 익스포져가 9570억 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 8580억 원, 우리은행 6600억 원 순으로 많다. <표 참조>
▲ 단위:십억원,% |
이런 일시적인 충당금 비용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대손비용은 줄어드는 추세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손비용의 선행지표인 연체율도 최저수준이고, 신규 연체 발생 감소에 따른 연체채권 잔액도 10조 4000억 원으로 하락했다"며 "올해 은행 대손비용률은 0.45%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은행들의 충당금 전입 감소에 대한 다른 해석도 나온다. 은행 한 재무담당 임원은 "이자율이 워낙 낮아져 기업들의 이자비용 부담도 크게 완화됐다"며 "이 때문에 망해야 할 기업들이 망하지 않고 연명하는 경우도 많다"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로 당장은 은행들의 충당금 부담이 줄어들지만 향후 금리 인상 땐 이런 기업들이 한계기업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