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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대부업은 가능할까㊦

  • 2015.10.07(수) 08:56

[안타까운 대부업의 변신]㊦
영업 행태 그대로인데 비판에는 "억울하다"
신뢰 쌓고, 비판 측도 감정적 대응 자제해야

'우간다보다 못한 경쟁력.' 요즘 한국 금융의 수준을 논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미지다. 이 얘긴 사실일까? 따져보면 터무니없는 말이긴 하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이 결과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반박한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어쩌면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정말 우리나라 금융 수준이 우간다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말은 우리나라 금융의 수준이 낮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조롱 섞인 문구일 뿐이다. 정색하며 우간다보다는 높다고 설명하는 것도 우스울 뿐이다. 의미도 없다. 어차피 사실이 아닌 것쯤은 알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라고 굳이 설명하는 것도 공허하다. 이 문구가 진짜 가리키는 것은 보신주의에 빠져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금융의 현실 그 자체다.

 


◇ 부정적 이미지 자초한 대부업계

이야기를 대부업으로 돌려보자. 지난 2002년 정부가 대부업 양성화 차원에서 대부업법을 제정한 이후 폭탄 금리를 때리거나 지독한 채권추심을 하는 경우는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업이라 하면 영화에 나오는 험악한 아저씨의 불법 채권 추심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배우 고소영의 광고 논란만 봐도 그렇다. '서민에게 고통을 주는 대부업체에서 돈을 받고 광고를 하고 있다'는 이미지가 소비자들을 들끓게 했다.

대부업체들은 이런 논란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제도권에서 영업하고 있으며, 불법 사채업자와는 다르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이런 설명 역시 공허하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케이블TV에서 수도 없이 광고하는 업체들이 법정 최고금리를 지켜가며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쯤은 조금만 알아보면 금세 안다. 대부업 하면 떠오르는 '불법 사채업자'의 이미지는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문구와 마찬가지로 굳이 사실관계를 따져야 하는 영역은 아니라는 얘기다.

'불법 사채업자'라는 이미지가 진짜 가리키는 것은 일부 대부업체들의 '후진적인' 영업 행태다. 합법적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지키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최고금리를 책정해 대출하는 모습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초래한다. 저축은행으로 업무 권역을 옮겼지만 '대부업계'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들은 공격적으로 신용 대출을 늘리면서, 대부분 고금리를 책정해 대출해주고 있다. 금융당국이 요구하고 있는 '중금리 대출'엔 아직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일본계 금융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마찬가지다. 요즘 같은 시대에 자본에 국적을 따지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본계 금융회사 스스로 이런 인식을 초래한 면도 없지 않다. 일례로 TV 광고에서 접할 수 있는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의 '쉽고 빠른 대출' 같은 영업 방식은 사실 일본식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이런 영업 방식을 통해 우리나라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려 왔다. 일부 일본계 금융사의 경우 '먹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대부업·일본계 금융사의 '원죄'

물론 구조적으로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이 부정적 이미지를 어쩔 수 없이 떠안아야 하는 면도 있다. 대부업과 저축은행에는 은행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서민들이 찾아오는데, 이들은 신용도가 낮아 금리를 높게 받을 수밖에 없다. 신용이 적은 사람이 이자를 더 많이 내야 하는 원리를 젖혀두고 무작정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을 비난하는 것은 이들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

일본계 금융사들은 일방적인 '반일 감정'으로 피해를 보기도 한다. 중국 자본이나, 선진국 자본들도 '국부 유출'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유독 일본 자본에는 비판의 화살이 거세다. 일본 자본에 저축은행을 내준 것도 당시에는 부실 저축은행들을 사줄 자본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는데도, 이젠 일본 자본의 '공습'이라 비판한다. 실제 일부 일본 자본은 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1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어 회사를 정상화하기도 했다.

 

▲ 자료=금융위원회


여론과 정치권이 대부업체의 순기능을 애써 외면하는 면도 있다. 은행이나 카드사 등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서민들은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대부업체가 없으면 서민들은 진짜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린다. 정부와 정치권이 때마다 대부업체의 최고 금리를 내리는 것은 오히려 서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대부업체조차 저신용자들을 외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 "꼼수 버리고 신뢰 쌓아야"

결국 비판을 받는 이도, 비판하는 이도 오해를 풀어야 할 부분이 각각 있는 셈이다. 대부업체와 일본계 금융사들이 무작정 비난을 받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를 초래한 면도 분명히 있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만 하면 앞으로도 이미지 쇄신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고소영 광고 논란을 다시 보자. 사실 '스타의 대부업체 광고 출연'이라는 점 외에 해당 금융사의 '꼼수' 탓에 논란이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의 TV 광고를 제한했는데, 기업 이미지 광고를 만들어 이를 피해 가려 했다는 지적이다. 상품 광고는 제한을 받지만, 기업 이미지 광고는 제한을 받지 않는 제도상 '허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가 자신 있게 억울하다고만 할 수 없는 이유다.

 

대부업 최고 금리 인하 역시 정부와 정치권의 '포퓰리즘'의 측면이 있긴 하지만, 대부업체 스스로 이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스러운 것은 맞다"라면서도 "대부업체들이 신용평가체계 개선 등의 노력 없이 일괄적으로 고금리를 책정하는 행태를 가만히 두고 볼 수만도 없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대부업체들이 제도권 금융사로서 인정받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용평가체계를 개선해 등급에 따른 대출금리를 책정하고, '빠르고 간편함'만을 강조해 빚을 권하는 행태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뢰를 쌓는 노력을 게을리하면서 따가운 시선만 억울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치권과 여론도 제대로 영업을 하는 업체들에 대해선 그 순기능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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