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테이션(PT·설명회) 준비하고 계세요."
일시, 장소, 방식 등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조만간 외부 평가위원회를 상대로 프레젠테이션할 테니 연락이 가면 바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얘기만 전달됐다. 마치 '007작전'과도 같다.
카카오뱅크, I뱅크, K뱅크 등 3곳의 인터넷 전문은행 컨소시엄은 조만간 진행될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한창이다. 이들 컨소시엄 관계자들은 마치 최근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방불케 하는 보안이라고도 언급한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앞두고 자칫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프레젠테이션 일정이나 방식 등을 당사자에게조차 철통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외부 평가위원들의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다.
◇ 프레젠테이션도 평가위원도 '쉿~!'
당사자들 역시 프레젠테이션을 조만간 한다는 것 이외에 사전에 전달받은 게 없는 상태다.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우리도 언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지 모른다"며 "준비만 해 놓은 상태로 당국에서 부르면 바로 달려가는 시스템으로 보안을 철저히 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하는 컨소시엄 측 배석자 등도 철저히 통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컨소시엄은 소수의 핵심 전문가들로 구성해 평가위원들의 질의·응답에 응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도 "전부 노코멘트"라며 "다만 아직 날짜 등을 (컨소시엄 측에) 통보하진 않았다"고만 말했다. 이는 지난 24일 오후 기준이다. 다만 각 컨소시엄은 이르면 이번 주 진행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힌트는 '2, 16, 30' 그리고 '면세 사업자 선정?'
프레젠테이션은 금융당국에 제출한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평가위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여서 예비인가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이 때문에 철통보안 속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컨소시엄 관계자들은 마치 최근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방불케 한다고 귀띔하면서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추측을 하기도 했다.
실제 관세청은 최근 면세점 특허 심사를 하면서 공정성과 보안, 그리고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대기업의 경우는 주말에 진행했다. 1박 2일의 특허심사 과정에서 업체별로 5분간 PT를 하고, 20분간 심사위원들의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했다. PT 순서는 제비뽑기로 했다. 지난 14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PT 심사를 하고, 오후 7시쯤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의 경우는 금융위원회 의결 사안이어서 PT 당일 발표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12월 금융위 정례회의가 2일, 16일, 30일에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그즈음 결정하고 정례회의 직후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 물밑경쟁 여전히 치열
▲ 지난달 29일 KT 김인회 전무가 K뱅크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인터넷 전문은행은 면세점 사업만큼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지만 지난 1992년 옛 평화은행(우리은행에 통합) 이후 23년 만에 은행 문을 여는 것이다. ICT 기업이 주축이 된 인터넷 전문은행은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카카오가 주도하고 국민은행 등이 참여하는 카카오뱅크, KT와 우리은행의 K뱅크, 인터파크와 기업은행의 I뱅크 세 곳의 컨소시엄 간 물밑경쟁도 여전히 치열하다.
지난달 29일 K뱅크가 KT출입기자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 데 이어 오늘(25일)은 인터파크가 주축이 된 I뱅크가 설명회를 연다. I뱅크 컨소시엄 측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 후에 가져야 할 역할과 책임, 비전 등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라고 언급했다.
예비인가를 앞두고 그동안 컨소시엄마다 논란이 됐던 대주주 적격성과 도덕성 등을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실제 K뱅크와 I뱅크는 조석래 효성 회장과 조현준 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중에 효성 관련 기업들이 참여한 것을 두고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불거졌다. 효성ITX와 노틸러스효성은 K뱅크에,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는 I뱅크에 참여했지만, 논란이 일자 효성 관련 기업은 모두 탈퇴했다.
이외에도 카카오뱅크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적격성 문제가 있었고, K뱅크와 I뱅크는 GS 계열사인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각각의 컨소시엄에 참여한 점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작은 지분으로 제휴 등을 위해 컨소시엄에 (동시에) 참여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논란은 일단락된 분위기지만 실제 평가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