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보험업계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됐다. 정부가 올해부터 보험상품 개발 및 보험료 자유화와 함께 판매 채널 혁신에 나서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삼성화재가 맹주인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의 경쟁이 가장 눈에 띈다.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등이 잇달아 온라인 전용상품을 내놓으면서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생명보험사들 역시 보험료와 보장 대상을 조금씩 차별화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맞춤형 공략에 나서고 있다.
◇ 온라인 전용차보험 속속 출시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연말과 연초 잇달아 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인 보험다모아가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지난해 11월 보험다모아가 문을 연 후 객관적인 보험료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손보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브랜드 파워와 최대 서비스망을 갖춘 업계 1위 삼성화재의 보험료가 가장 저렴한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경쟁에 불을 붙였다.
보험다모아 오픈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은 삼성화재가 유일했다. 다른 보험사들은 온라인으로 신청하더라도 텔레마케터를 거쳐야 해 순수 온라인 상품으로 보긴 어려웠다.
덕분에 삼성화재는 뒤늦게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는데도 단숨에 25% 이상의 시장을 잠식할 수 있었다. 이 와중에 보험다모아의 출현은 삼성화재의 독주에 날개를 달아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 보험다모아 보험상품 구성 |
◇ 자동차보험 보험료 경쟁 본격화
그러자 KB손보와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다른 손보사들이 잇달아 온라인 전용 보험상품을 내놓고 추격을 시작했다. 보험료를 오프라인 대비 16~17%까지 낮춰 보험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실제로 보험다모아를 통해 11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료를 비교해보면 삼성화재가 여전히 가장 저렴한 수준이긴 하지만, 가입 조건을 달리하면 KB손보를 비롯한 후발주자의 보험료가 가장 낮은 경우도 나오고 있다.
보험다모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보험다모아 출범 이후 하루 평균 6000명 이상이 사이트를 방문하고 있고, 누적 방문자 수는 21만여 명을 넘어섰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온라인 자동차보험은 오프라인 채널보다 17.3%, 콜센터보다 3.9% 더 저렴하다”면서 “여기에 주행거리에 따라 추가 할인이 가능한 마일리지 할인까지 더하면 오프라인 대비 최대 33.8%의 할인 폭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생보상품도 차별화로 맞춤 공략
생명보험사들은 보험상품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보험상품을 직접 개발한 경험이 많지 않고, 각종 데이터도 제한적이어서 당장 혁신적인 상품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해지환급금이나 보장 대상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보험료를 차별화해 맞춤형 공략에 나서고 있다.
동양생명과 신한생명은 해지환급금을 줄여 보험료를 낮춘 신상품을 출시했다. 동양생명의 ‘수호천사 알뜰한 종신보험’과 신한생명의 ‘신한 더(THE)착한 연금 미리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은 은 환급률을 최대 50%까지 낮추면서 보험료를 최대 25%까지 내렸다.
미래에셋생명은 은퇴 후에는 사망 보장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보험료를 20% 정도 낮춘 건강정기보험 상품을 내놨다. 사망만 보장하던 정기보험과는 달리 주요 질병에 대해 사망보험금을 미리 지급하는 식으로 건강보험 기능도 결합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보장 대상을 넓히는 대신 보험료는 올린 상품을 내놨다. ‘H플러스 변액통합종신보험’은 기본 사망 보장에다 암과 뇌출혈 등 7가지 질병을 각각 따로 보장해준다. 보험료 갱신도 없지만 대신 보험료가 더 비싸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사망 보장과 투자 기능을 분리해 보험료 비중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현대라이프 변액유니버설 종신보험’을 내놨다.
보험사 관계자는 “생보사의 신상품은 정해진 한도 내에서 혜택을 줄이거나 보장을 늘리는 방식이어서 조삼모사 성격이 강하다”면서도 “고객층을 특화해 맞춤형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