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증권사 인수가 험난하다.
대우증권에 이어 현대증권 인수전에서도 미래에셋증권이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면서 KB금융의 속내는 더욱 복잡해졌다.
미래에셋증권이 LK투자파트너스와 함께 컨소시엄 형태로 이번 인수전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면 대우증권 인수전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M&A(인수·합병) 흑역사를 써온 KB금융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설욕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가격 변수 커졌다
오는 25일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이다. ☞ ‘말 많은’ 현대증권 인수전 ‘산 넘어 산’
가격 변수는 더욱 커졌다. 현대증권은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긴박하게 내놓은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가격적인 요인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대증권은 자기자본이 3조 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로 사실상 마지막 매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만큼 경쟁자들의 인수 의지도 강하다.
여기에 미래에셋증권이 등장하면서 가격 요인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미래에셋은 대우증권 본입찰에서 2조 4513억 원(산은자산운용 포함)을 제시해, 한국금융지주 2조 2000억 원대, KB금융 2조 1000억 원대를 압도했다.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보여줬듯 한국금융지주나 KB금융과 달리 가격 전략을 예측하기 어렵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이끄는 사실상의 오너체제라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의사결정 구조 등에서도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윤종규 KB금융 회장 입장에선 쉽지 않은 M&A 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KB금융 고위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참여한다고해서 우리가 크게 전략을 바꿔야 할 이유는 없다"며 "참고는 하겠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실사를 토대로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 증권사만 세번째 도전..KB 이사회 설득 관건
KB금융의 증권사 인수 도전은 우리투자증권(이하 우투, 현 NH투자증권), 대우증권에 이어 세번째다. 취임 초부터 비은행 강화를 외쳤던 윤 회장도 부담을 가질만한 상황이다.
결국 KB금융 이사회 설득이 관건이라고 KB금융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대우증권 인수전에선 본입찰 당일 이사회가 가격 범위를 너무 적게 줬다는 후문도 나돈다.
KB금융은 그동안 M&A 흑역사로 불릴 정도로 성공한 M&A를 찾기 어렵다. 지난해 인수한 LIG손해보험(현 KB손보)이 최근 들어선 거의 유일하다. 일부 M&A의 경우 이사회가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려는 어윤대 전 회장과 이사진들간에 이견으로 저녁자리에서 생긴 불미스러운 일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지난해말 대우증권 인수전에 앞서선 윤 회장의 증권사 인수 의지도 강했고, 이사진도 KB사태 직후 전원 교체됐다. 윤종규 회장 취임 후 주주 제안 등을 통해 선임한 이사진들이라는 점에 비춰 윤 회장에게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도 컸다.
KB금융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증권의 실패 경험 이후 이사회의 책임과 부담도 커졌을 것이고, 윤 회장도 적극적으로 설득하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