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KB사태 직후 조직추스리기에 여념이 없었다면 지금은 한결 여유를 찾은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KB사태로 드러난 이사회의 자기 권력화에 대한 반성과 그에 따른 다양한 시도를 엿볼 수 있었던 1년 전 주총과는 대조된다. 사외이사 전원을 유임시키는 등 당시 윤종규 회장의 개혁의지(?)는 다소 퇴색된 분위기다.
▲ KB금융지주 주총. 윤종규 회장과 사외이들 모습./사진=KB금융 제공 |
◇이사진 개편 다양한 시도..1년만에 뒷걸음
KB금융은 25일 주총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에 오른 최운열 사외이사(서강대 명예교수)를 제외한 6명의 사외이사를 전원 유임했다. 선임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점 등 연속성을 이유로 들었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엔 매년 사외이사 5분의 1을 교체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임기 1년은 짧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도 "임기가 1년밖에 되지 않아 아쉽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금융지주사의 경우 모두 임기 2년으로 하고 있는데, 애초 1년을 고집했던 당시의 배경을 생각하면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KB금융은 또 작년 주총을 앞두고 매년 사외이사 활동을 평가해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하위 2명의 사외이사에겐 연임 자격을 박탈한다는 안도 만들었다. 이 역시 슬그머니 사라졌다.
새 이사진을 꾸리면서 윤 회장은 처음으로 주주 제안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특히 경쟁사 경영진이었던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나 유석렬 전 삼성카드(현 삼성전자 고문) 사장 등을 영입한 점은 파격에 가까웠다. 그만큼 나락으로 떨어져있던 KB금융을 재건하기 위한 윤 회장의 의지와 노력이 있었다. 이번 주총에선 1년 전의 노력이나 의지가 다소 뒷걸음질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사외이사의 권한 만큼이나 책임을 키울 수 있는 장치도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한 주주는 "이사회의 책임부문에 대해 간단히 보고됐는데 조금 더 구체화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긍정적 평가 일색의 보고서가 아닌 공과를 명확히 따질 수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KB금융 주총 보고사항(13페이지). 긍정적 평가 일색의 사외이사 활동내역 평가결과. |
◇증권사 인수 삼수째..이사회가 화답할까
공교롭게 주총이 열린 이날 오후 6시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 마감이다. KB금융의 증권사 인수 도전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대우증권에 이어 세번째다.
윤 회장 취임이후론 두번째 도전인데,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에선 쓰디쓴 잔을 맛봤다.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어려울 만큼 승기를 잡은 미래에셋 증권과의 입찰가격 차이는 3000억 원대 이상으로 벌어졌다.
당시 KB금융 이사회가 가격 범위를 적게 줬다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적정가격 이상으로 비싸게 주고 샀다가는 배임 등의 뒤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윤 회장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동안의 비은행 인수 의지나 명분, 그리고 중장기적인 그룹의 성장 등에 비춰볼 때 세번째 도전마저 실패한다면 이 역시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총에서 연임한 한 사외이사는 주총 직후, 대우증권 본입찰 당시 이사회에서 가격대를 좁게 준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현대증권 본입찰에 대해)적극 밀어드릴꺼다"라고 말했다. 윤종규 회장은 "적정가격을 써낼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이날 오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논의된다. 이사회와 윤 회장이 이번엔 과감한 결정을 내릴지, 또 한번 고배를 마시게 될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