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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현대증권 인수전 ‘산 넘어 산’

  • 2016.03.21(월) 11:56

한투·KB 경쟁구도속 미래에셋 저울질 ‘점입가경’
현대그룹 진정성에 적정가격 둘러싼 논란 지속

올해 증권업계 최대 매물로 꼽히는 현대증권 인수전이 점입가경이다. 25일 본입찰을 앞둔 가운데 미래에셋증권까지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경쟁구도가 더 복잡해졌다.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 진정성 논란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매각가격 또한 현 지분 가치와 현대그룹 측이 원하는 가격 사이의 괴리가 상당해 이를 좁혀가는 과정에서 돌출할 수 있는 각종 변수 또한 주목된다.


◇ 미래에셋 ‘저울질’

 

마지막 남은 대형 증권사 매물인 현대증권을 둘러싼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대우증권을 손에 넣은 미래에셋증권이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현대증권 매각 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LK투자파트너스로부터 컨소시엄 구성 제안을 받고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LK투자파트너스가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증권사에 현대증권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현재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의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 검토만으로도 논란을 불러일으기고 있다. 우선 우회 방식으로 현대증권 인수전에 나서는 것을 놓고 말이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전략적투자자(SI)로 인수 경쟁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사모펀드(PEF)를 동원해 공정 경쟁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향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승인 과정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투자 자금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우뚱하게 만든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승리해 초대형 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확보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인수자금 2조3200억원 중 8000억원을 대우증권 인수지분을 담보로 차입금을 동원한 미래에셋증권이 현대증권 인수전에 또 참여하게 되면서 자금력 논란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의 현대증권 인수전에 대한 진정성 여부도 논란의 소지를 낳을 수 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다른 현대증권 인수 후보군들의 자금 부담을 높히는 ‘고추가루’ 역할을 할 공산이 있다.  

 

◇ 현대그룹의 속내

 

현대증권 매각에 대한 현대그룹의 진정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주력사 현대상선을 구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현대증권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대증권을 팔더라도 현대상선을 살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현대상선의 유동성이 바닥난 상황에서 총차입금이 4조8000억원(2015년 9월 말 기준)에 달하고, 1년 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만 2조8000억원에 이르고 있어 현대증권 매각 대금이 유입된다 해도 현대상선이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20개사로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이 그룹 전체를 먹여 살리는 구조를 갖고 있는 현대그룹이 최악의 경우 변변한 계열사라고는 현대엘리베이터만 남게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한 때 계열사수 62개에 자산 73조원으로 재계 1위였던 현대그룹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 올해 만료되는 등기임원직인 현대증권 이사회 의장 자리를 그대로 유지키로 하면서 이 역시 진정성 논란을 키웠다. 최근 정기주총을 통해 교체된 이사들 역시 상당수가 친 현대그룹 인사로 분류돼 현대그룹 이 현대증권을 실제로 팔려는 것이 맞냐는 의구심 또한 제기됐다. 통상 매각을 앞두고는 매각 이후 이사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규 이사 선임 보다는 재선임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현대증권은 큰 폭의 이사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최근 현대상선의 현대증권 지분에 대한 현대엘리베이터 소유의 우선매수청구권과 관련, 현대엘리베이터가 본입찰 직전에 기준 가격을 제시하고 다른 후보자가 이 가격 이상으로 응찰하면 우선매수청구권 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한 우려가 일부 해소됐지만, 인수후보군들이 현대그룹이 원하는 수준 이상으로 가격을 써내지 않으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 제 값 받을까

 

이와 맞물려 현대증권의 적정 매각가격도 계속 주목받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현대증권 주가 수준을 감안할 때 지분가치를 3000억원 대  중반수준으로 보고있다. 지난 18일 현대증권 종가는 6760원으로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 대상  주식 22.6%(5338만410주)의 가치는 3609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 엄 20~30%를 감안하면 4330억~4691억원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6월 중순 현대그룹 및 현대그룹 채권단이자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은 오릭스와 현대증권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고 당시 매각금액은 지금과 동일한 현대증권 지분을 대상으로 주당 1만220원인 총 6510억원이었다.

 

이 딜은 작년 10월 오릭스의 인수 포기로 최종 무산됐지만, 현 시세보다  2000억원 가량 더 많다. 현대그룹으로서도 이를 의식해 적어도 6500억원 수준의 가격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현대증권은 자기자본 3조3000억원대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현대자산운 용과 현대저축은행을 100% 자회사로 두면서 마지막 남은 매력적인 증권사  매물로 평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감안해 현대그룹이 가격 면에서  결코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작년과 달리 이번에는 대우증권 인수에서 고배를 마신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를 포함해 6곳이나 뛰어들었고, 앞서 예비입찰 후보군 중 하나인 LK투자파트너스를 통해 미래에셋증권이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쟁 심화가 부각되면 가격이 더 크게 뛸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반대로 가격이 내려갈 수 있는 변수도 있다. 최근 현대증권 실사에 참여한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증권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문 수익원을 밝히지 않고 있어 가격 산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PF 부문은 부실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격 산정에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관련 자료가 충분치 않다는 불만이었다. KB금융 역시 현대증권의 PF 부분에 대한  추가 자료를 요청해 PF 부실 가능성도 매각 가격 결정의 또다른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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