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보험사들이 배당성향을 큰 폭으로 높이고 있다. 삼성생명과 현대해상 등은 순이익이 줄었는데도 오히려 배당을 확대했다. 중국 안방보험으로 인수된 동양생명은 배당성향이 무려 40%에 달했다.
그러면서 오너들의 지갑도 두둑해지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등 주요 보험사의 오너들은 수백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해당 업체들은 지난해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된 데 따른 주주 환원 정책의 일환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당국 등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20년부터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수 조원의 자본금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너들의 주머니만 챙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 보험사 오너들 수백억 원대 배당
각 보험사의 지난해 결산 기준 배당을 살펴보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보험사 오너 중 가장 큰 규모의 배당금을 받는다.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20.76%로, 총 747억 원가량의 배당금을 받게 됐다. 전년에도 같은 금액을 받았다.
삼성생명은 전년보다 순익이 8.4% 줄었지만,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은 25.4%에서 27.2%로 끌어올렸다. 주당 배당금은 1800원을 유지했다. 지난 2014년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사들인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두 회사에서 각각 2억 원가량을 받는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전년보다 87억 원 늘어난 346억 원을 받는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최대주주로 지분 33.8%를 보유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배당성향은 17.8%로 동종업계에선 낮은 수준이지만 신 회장의 지분율이 높아 많은 배당금을 챙기게 됐다. 교보생명은 2015회계연도 결산배당으로 전년보다 1250원 많은 주당 5000원을 실시키로 했다. 관련 기사 : 교보생명 ‘보스’ 신창재 회장, 배당금만 350억
▲ 자료 : 각사 |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역시 147억 원가량의 '거금'을 받는다. 현대해상은 전년보다 순익이 9.6% 감소했는데, 배당성향은 25.7%에서 28.2%로 높이면서 주당 배당금을 전년과 같은 수준인 750원을 유지했다. 정 회장의 보유 지분율은 21.90%다.
메리츠화재의 조정호 회장은 금융지주(150억 원)와 메리츠종금증권(15억 원) 등에서 164억7000만 원가량을 받는다. 조 회장 보유 지분은 없지만, 메리츠화재의 배당성향은 35.6%(주당 570원)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이를 통해 금융지주는 302억 원을 챙겼다.
김준기 동부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총 199억 원을 받을 전망이다. 보험사 가운데 가장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한 업체는 지난해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 동양생명으로, 40.5%에 달했다.
◇ 수 조원 자본확충 앞두고 배당 잔치
보험사들은 지난해 매출 등의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정책의 하나로 배당성향을 늘렸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과 현대해상 등 일부 보험사의 경우 오히려 순익이 줄었는데도 배당을 확대했다. 또 국제회계기준 2단계 도입을 위해 많게는 수조 원의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당 확대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자료 : 각사 |
국내 보험사들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발표한 기준에 따라 계약자에게 돌려줄 보험금의 재원이 되는 준비금을 2020년까지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애초 생명보험사들만 40조~50조 원이 더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한국회계기준원의 제안이 일부 수용돼 부담이 다소 완화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보험사에 따라 적게는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수조 원 이상을 더 마련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아무래도 주인이 있어 배당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며 "일부 업체의 경우 새 회계기준 적용시 자본잠식의 우려가 있으므로 향후 건전성 문제 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