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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베팅' 윤종규 vs 김남구…속은 타고 뒤탈 걱정까지

  • 2016.03.31(목) 14:11

과감한 베팅으로 우리투자·대우증권보다 몸값 더 뛰어
마지막 대어 못 낚아도 끝장…이래도 저래도 양날의 칼

속은 속대로 타들어가는데,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가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1조원 안팎의 과감한 베팅을 해놓고도 마음을 졸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대그룹 측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몇차례 미뤄지면서 인수를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빙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응찰자 홍콩계 사모펀드 액티스 변수 등 갖가지 설도 난무하고 있다.

 

마지막 대어라는 점도 그렇고, 예상을 뛰어 넘는 베팅 수준에 성공하는 쪽이나 실패하는 쪽 모두 뒤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 과감한 베팅 속 뒤탈 걱정 커졌다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는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가격대를 훨씬 뛰어넘는 1조원 안팎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과 한국투자금융 모두 1조원 수준의 가격을 써내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KB금융 한 사외이사도 "레인지(가격상한선)를 엄청 넓게 줬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를 썼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레인지 자체는 1조 원대 그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과감한 베팅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윤 회장 못지 않게 김남구 한국금융 부회장도 1조원 가까운 가격을 써내면서 안정권에 들 것이라는 각자의 기대는 빗나갔다. 그러면서 주식매매계약(SPA) 상 우발채무 등에 따른 가격 조정이나 세부 인수조건까지 종합적으로 따지면서 현대그룹 입장에선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가격이 1조원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현대증권을 품에 안더라도 뒷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앞서 매각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이나 대우증권보다 나을 것이 없는데 가격은 제일 비싸게 주고 사는 꼴이다.<표 참고>

◇ 가장 비싸게 팔리는 현대증권

 



현대증권 매각 대상 지분은 22.6%(5338만410주)다. 시세로 따지면 3801억원(30일 종가 7120원 기준)이다. 인수금액 1조원은 현 시세에 6199억원을 얹은 것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163.1%에 달한다. 지난해 현대상선이 오릭스PE와 체결했던 매매계약 약 6500억원보다 훨씬 높다. 현대상선의 현대증권 지분 장부가격 역시 7015억원(지난해 말 연결기준), 기타 지분을 포함하면 7056억원이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이나 대우증권 매각금액과 비교해도 마찬가지 결론이다. 지난 2014년 6월 농협금융지주는 우리투자증권 지분 37.9%를 9467억원(주당 1만2552원)에 사들였다. 더 많은 지분을 사들였지만 인수금액은 532억원 가량 적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9배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도 대우증권 지분 43%를 총 2조3205억원에 샀다. 주당 1만6519원으로 PBR 1.23배에 해당한다.

반면 현대증권이 1조원에 팔린다면 주당 인수가는 1만8733원으로 PBR 1.34배에 달한다. 훨씬 후한 값이다. 금융지주 계열사 편입(30%)을 위해 추가 지분인수까지 생각하면 막대한 비용을 치르는 셈이다.


◇ 이러나저러나 솟아있는 칼날

특히 KB금융은 우투부터 시작해 대우증권, 현대증권까지 증권사 인수만 세번째 도전이다. KB 그룹사 일각에선 "그 가격(1조원)이라면 과거 좀 더 베팅해서 훨씬 우량한 우투나 대우증권을 가져왔어야 한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투자금융도 오너기업이라는 점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마찬가지 우려와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리더십에도 흠집이 생길 수 있다.

물론 양 측 모두 실패했을 때는 더 큰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다. 자기자본 3조원 넘는 마지막 대형 증권사라는 점에서 김남구 부회장은 '글로벌 투자은행(IB)', 윤종규 회장은 '종합금융그룹'을 달성할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수재로 불렸던 윤 회장도 별 수 없이 M&A 흑역사를 잇게 됐다는 오점을 남겨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1위로 올라설 미래에셋증권과의 격차가 큰 폭으로 벌어지면서 선두권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다.


결국 그러한 점들이 현대증권의 몸값을 키운 것이지만 인수하는 쪽이나 실패하는 쪽 모두에게 칼날은 뻗쳐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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