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디지털뱅킹그룹을 강화하고 있다. 주요 팀을 부서로 올리는 등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 부문에서 한발 앞서가는 우리은행을 추격하고 있다.
신설된 써니뱅크사업부의 구체적 방향성에 대해선 여전히 고민 중이다. 위비뱅크를 중심으로 모바일 플랫폼 전략을 세운 우리은행보다 대응이 늦긴 했지만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따라가고 있다.
◇ 써니뱅크, 팀에서 부로 격상
신한은행은 1일 디지털뱅킹그룹을 개편했다. 디지털뱅킹부를 없애고 DI(Digital Innovation)센터, 써니뱅크사업부, 디지털운용부를 신설해 업무를 나눴다. 마케팅본부에서 맡던 빅데이터팀도 빅데이터센터로 독립했다.
DI센터는 디지털뱅킹그룹의 전략과 기획을 담당한다. 써니뱅크사업부는 모바일전문은행인 써니뱅크 관련 업무를 맡는다. 디지털운용부는 무인점포인 디지털 키오스크(Digital Kiosk)를 비롯한 비대면 업무를 다룬다.
핀테크 열풍을 타고 디지털뱅킹그룹에 속한 팀들의 업무가 늘어나자 부서를 따로 신설했다. 독립적인 부서가 된 만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신한은행의 입장이다. 신한은행은 세분화된 조직을 활용해 디지털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계획이다.
신설된 부서들 중 가장 이목을 끄는 건 써니뱅크사업부다. 한 부서에서 모바일전문은행 업무만을 전담하는 건 은행권에서도 이례적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부서를 새롭게 만들어 써니뱅크를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 방향 찾고 있는 써니, 위비 잡을까
써니뱅크사업부의 구체적인 방향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써니뱅크사업부는 디지털뱅킹그룹 개편 첫날인 2일 구체적 계획을 세우기 위해 워크숍을 진행했다.
써니뱅크는 이제까지는 전통적인 은행 업무에 집중했다. 기존 모바일뱅킹서비스인 신한S뱅크와 별도로 써니뱅크는 환전, 간편 대출 등 비대면 업무에 주력했다. 신설된 부서에서도 이 같은 전략을 계속 유지할지는 미정이다.
올해 들어 디지털뱅킹그룹을 만든 신한은행의 대응은 살짝 늦긴 했다. 다만 디지털 저변을 빠르게 넓히며 선두주자인 우리은행을 추격하고 있다. 실제로 써니뱅크의 '스피드업 누구나 환전' 서비스는 최근 이용자 수 50만명을 기록하는 등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우리은행은 같은 날 위비뱅크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전략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우리은행은 위비뱅크와 연계된 모임 서비스 '위비클럽'을 출시하면서 "금융 부문 강점을 토대로 생활 밀착형 종합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디지털 조직을 일찌감치 개편해 전략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세웠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2014년 12월 취임하자마자 스마트금융사업단에 핀테크사업부를 만들었다. 지난해 5월엔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모바일전문은행을 선보였다. 고정현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본부장은 "우리은행이 모바일전문은행을 표방하니 다른 은행들도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