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금융감독원이 적극적인 부실 관리를 주문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은행만 역주행하고 있다.
다른 지방은행들은 부실 관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부산과 경남, 전북, 광주 등 대부분 지방은행은 올해 1분기 부실 여신을 줄이고, 충당금도 더 쌓았다.
반면 유일하게 대구은행만 부실 여신은 오히려 더 늘었고, 충당금 적립비율 역시 떨어졌다. 고정이하여신 비율과 충당금 적립비율 모두 전북은행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로 좋지 않았다. 광주은행과 함께 BIS자기자본비율도 하락했다.
◇ 대구은행만 부실여신 되레 증가
조선과 해운 등 5대 취약업종 대출이 많은 BNK금융 계열 은행들은 부실여신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경남은행은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지난해 1분기보다 0.45%포인트나 낮췄고, 부산은행도 살짝 떨어졌다.
박영봉 BNK금융 전략재무본부장은 최근 "그룹의 총여신 대비 조선, 해운업 관련 여신은 4% 수준이고, 규모는 960억원에 불과하다"며 시장의 건전성 우려가 과도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JB금융 계열 전북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1년 전보다 0.22%포인트 떨어졌다. JB금융 인수 후 부실여신을 대거 정리한 광주은행의 경우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0.61%포인트나 하락했다.
반면 DGB금융에 속한 대구은행만 유일하게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올랐다. 대구은행의 1분기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28%로 1년 전보다 0.17%포인트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 비율 자체로 따져도 1.35%인 전북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좋지 않았다.
김성택 대구은행 재무기획부 부부장은 "조선과 해운업황 부진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었다"면서도 "부실여신에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충당금도 덜 쌓은 대구은행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 수준을 보여주는 NPL커버리지 비율 역시 대구은행만 다른 지방은행들과 대조를 이뤘다.
부산은행의 NPL커버리지 비율은 152.51%로 1년 전보다 11.55%포인트나 올랐다. 경남은행은 148.05%로 45.76%포인트나 상승했다. 조선과 해운 등 취약업종 비중이 높은 만큼 선제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은행의 개선세도 두드러졌다. 광주은행의 NPL커버리지 비율은 194.1%에 달해 1년 전보다 5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이 30%가량 줄어든 동시에 지난해 3, 4분기에 충당금이 대규모 환입된 영향이다. 전북은행의 NPL커버리지 비율도 118.9%로 8.4%포인트 올랐다.
대구은행의 경우 NPL커버리지 비율이 126.6%에 그치면서 오히려 더 떨어졌다. 김시현 대구은행 재무기획부 과장은 "BNK금융보다 비율이 낮긴 하지만 조선, 해운업 여신 중 위험 노출액이 크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대구은행의 5대 취약업종 여신 비율은 13.2%에 달했다. 20%에 근접하는 부산과 경남은행보다는 낮지만, 일반 시중은행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 BIS비율도 떨어져
BIS비율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분기 말 현재 부산과 경남은행의 BIS비율은 각각 14.02%와 14.72%로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0.86%포인트와 2.28%포인트 올랐다. 박영봉 본부장은 "올해 1월 4725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규제 강화에 선제로 대응했다"고 소개했다.
전북은행의 BIS비율이 13.71%로 0.03%포인트 올랐다. 반면 광주은행은 0.82%포인트 떨어진 13.47%에 그쳤다. 올해 1분기 자산이 18%나 늘어난 탓이다.
대구은행의 BIS비율은 13.54%로 1년 전보다 0.14%포인트 떨어졌다. 코코본드 등 후순위채권이 만기를 맞으면서 BIS비율을 구성하는 보완자본에서 제외된 탓이다. 대구은행은 이번 분기 중 코코본드를 추가로 발행해 BIS비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