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초 연임 과정에서 경남은행 인수에 따른 1100억원대 부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실제로 BNK금융은 지난해 이미 부실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작 올해 3월 말에야 소송을 제기했다. 성 회장이 연임을 확정한 직후다.
1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보고도 소송 규모는 절반에 그쳐 배임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이마저도 투자자들에겐 사실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 성세환 회장 연임 확정 후 소송 제기
19일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에 따르면 BNK금융은 지난 3월 경남은행 옛 대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53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10월 경남은행 인수 후 1년 이내에 추가 부실이 확정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다.
BNK금융은 앞서 지난해 10월엔 예보 측에 직접 115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에 나섰다.
문제는 예보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뒤 5개월이 지나서야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당시는 성세환 BNK금융 회장이 연임 결정을 앞둔 시점이어서 의도적으로 소송을 미룬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성 회장은 올해 2월 단독후보로 추천을 받은 후 3월 28일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최종 확정지었고, BNK금융은 성 회장의 선임 주주총회가 끝난 후 이틀 뒤인 30일 소송을 제기했다. 경남은행 인수에 성공하면서 연임을 위한 확실한 발판을 마련한 성 회장의 치적에 흠집을 낼 수 있는 변수를 뒤로 미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BNK금융 측은 "지난해 10월 예보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올해 1월 청구 금액을 인정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아 소송 준비를 거쳐 3월 말에야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소송액도 논란을 낳고 있다. BNK금융은 애초 예보 측에 115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실제 소송액은 532억원으로 확 줄었다.
이와 관련해 김해영 의원은 전날 국정감사 질의에서 BNK금융이 예보와 소송 규모를 사전에 조율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손실액보다 소송액을 줄였다면 배임 논란을 나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곽범국 예보 사장은 이에 대해 "BNK금융 스스로 소송 비용을 감안해 532억원만 소송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BNK금융 측은 "승소 가능성이 높고 금액이 큰 건만 우선적으로 소송을 진행했다"면서 "소송 결과에 따라 추가 소송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정작 투자자들에겐 일절 함구한 점도 눈총을 받고 있다. 공시는 물론 재무제표에도 반영하지 않았다. BNK금융 측은 의무공시 사항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부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김해영 의원은 “BNK금융은 예보에 115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실도, 그 중 532억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사실도 공시하지 않았다”면서 “투자자의 알 권리를 크게 침해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