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어깨를 또 다친 게 아닌 데다가, 이를 빌미로 보험 계약을 완전히 취소하겠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김 씨는 곧장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금감원은 오른쪽 어깨에 한 해 앞으로 5년 동안 보험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보험사와 김 씨의 합의를 끌어냈습니다.
김 씨와 보험사 간 다툼의 원인은 바로 '고지의무 위반'입니다. 고지의무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사가 요구하는 자신의 병력(病歷)이나 직업 등 중요한 사항을 알려야 하는 의무를 말합니다.
보험사는 이런 정보로 계약의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데, 가입자가 제대로 얘기하지 않거나 숨길 경우 나중에 보험금을 주지 않거나 계약 자체를 취소·변경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감원은 10일 보험사들의 이런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보험사들이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변경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겁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런 관행에 항의하며 민원을 낸 사례는 1년간 900건 가까이 됩니다. 특히 가입자가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가벼운 과거 질병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을 전부 해지하는 경우, 또는 가입자의 동의 없이 보장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이런 처리 방식에 근거나 기준이 없는 게 문제라고 봤습니다. 기준이 없으니 보험사 마음대로 처리하고, 그래서 민원도 많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고지의무 위반 시 보험계약을 변경하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또 보험 계약 변경 과정에서 가입자의 동의를 받도록 보험약관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약관 개정은 내년 상반기 중 완료할 계획입니다.
▲ 자료=금융감독원 |
앞으로 직접 관련성이 있는 신체 부위나 질병에 대해서만 보험계약을 바꿀 수 있습니다. 김 씨의 사례처럼 오른쪽 어깨 치료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면, 보험사는 오른쪽 어깨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신체 부위에 대해서만 계약 조건을 바꿀 수 있는 겁니다.
또 보험사가 마음대로 보험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내놨습니다. 만약 어깨 치료 사실이 있어도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면, 추후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하지 못합니다. 조건 변경만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방안을 마련했다고 해서 '고지의무'가 완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가입자는 보험사가 질문하는 사항에 대해 사실대로 답변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입니다.
보험사가 기준 없이 처리하는 관행을 개선하는 것뿐이지, 이런 고지의무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 앞으로도 고지의무를 위반하면, 연관성이나 경중에 따라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거나 보험 계약이 해지될 수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청약서 등을 통해 질문하는 사항에 대해 스스로 가벼운 상황이라고 판단하지 말고 사실대로 신중히 답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