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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알아두면 재미있는 '그랜저 히스토리'

  • 2016.11.17(목) 17:36


11월 22일 드디어 현대차의 야심작 '신형 그랜저(IG)'가 출시됩니다. 신형 그랜저는 이번이 6세대 모델인데요 첫 모델은 86년에 나왔습니다. 벌써 30년이나 된 모델이네요. 하지만 지난 30년간 그랜저는 한번도 준대형 세단 최강자 자리를 놓친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 출시될 6세대 모델은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차의 구원투수로 등판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한 눈에 보는 그랜저의 역사입니다.

#1세대 그랜저('L-Car' 프로젝트)


첫 그랜저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각(角) 그랜저'입니다. 86년에 나왔죠. 역사적인 첫 그랜저가 '각'을 잡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일본 미쓰비시와의 합작 모델이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당시 고급차 시장 진출을 노렸습니다. 그런데 당시만해도 기술력이 떨어져 쉽지 않았죠. 일본 미쓰비시는 일본 내 고급차 시장에서 도요타 '크라운'에 맥을 못췄습니다. 고급차 '데보네어(Debonair)'를 내놨지만 실적은 형편 없었다네요.

▲ 일본 미쓰비시 '데보네어'.

'이를 갈던' 미쓰비시와 국내 고급차 시장을 노리던 현대차는 손을 잡습니다. 기술력이 떨어졌던 현대차는 우선 미쓰비시의 2세대 데보네어를 기반으로 첫 그랜저를 내놓습니다. 보시다시피 미쓰비시 데보네어와 현대차의 1세대 그랜저의 모습이 거의 비슷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랜저는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습니다. 단숨에 국내 고급차 시장을 석권했죠. 반면, 형제 모델인 미쓰비시 데보네어는 또 죽을 쒔습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2세대 그랜저(뉴 그랜저)



'각 그랜저'로 성공한 현대차는 92년 두번째 그랜저를 선보입니다. '뉴 그랜저'라는 이름의 모델이었습니다. 외관 디자인이 1세대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1세대가 직선 위주였다면 2세대부터는 곡선을 채택했습니다. 중후한 디자인에 냉장 쿨박스, 글래스 안테나, 전동 접이식 사이드 미러, 전·후석 AV시스템 등 당시로서는 첨단 편의사양을 대거 채택했습니다.


그야말로 고급차의 대명사가 됐죠. 덕분에 기업체 CEO들과 국회의원 등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이 뉴 그랜저를 즐겨 탔습니다. 이때부터 그랜저는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차'라는 인식이 박히게 됐습니다. 이후 현대차가 최고급 모델인 '다이너스티'를 출시할 때까지 '뉴 그랜저'는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줬습니다.


#3세대 그랜저(XG)



3세대 모델인 'XG'는 그랜저 역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모델입니다. 기록이 참 많은데요. 우선 현대차가 '각 그랜저'와 '뉴 그랜저'때까지 손잡았던 일본 미쓰비시와 결별하고 독자적으로 만든 모델입니다. 또 처음으로 오너가 직접 운전하는 고급차였습니다. 그동안 고급차는 오너가 운전기사를 두고 뒷좌석에 앉는 것이 통상적이었는데요. 'XG'부터는 이런 트렌드가 바뀌었습니다.


'XG'모델은 지금도 도로에서 만나볼 수 있을 만큼 베스트셀링 모델이었습니다. 98년 출시 당시 우리나라는 IMF 한파에 힘겨워할 때였죠. 고급차의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대차는 'XG'의 가격을 낮추고 오너가 직접 운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덕분에 그동안 그랜저의 중후함에 눌려있던 소비자들은 손쉽게 그랜저를 가질 수 있게 됐죠.


사실 'XG'모델은 현대차의 대표적인 실패작인 '마르샤'의 후속 모델이었습니다. 당초 개발명도 '마르샤 XG'였는데요. '마르샤'의 판매가 워낙 저조하다보니 현대차는 생각을 바꿉니다. 당시 '그랜저'가 인기있었던 만큼 '마르샤 XG'를 '그랜저 XG'로 바꿔 선보인겁니다. 이런 전략은 대히트를 쳤습니다. 반면 '마르샤'는 흑역사만 남기고 사라져버렸습니다.

#4세대 그랜저(TG)


이제 그랜저 역사상 가장 유명한 'TG'를 소개할 차례네요. 현대차는 'XG'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2005년 4세대 모델인 'TG'를 선보입니다. 'TG'는 기존 모델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스포티한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동안의 고급차들이 중후함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면 'TG'는 여기에 스포티함을 더했습니다.


'XG'에서 젊은 소비자들의 수요를 확인한 현대차는 이를 노리고 'TG'를 선보였고 이런 전략은 제대로 적중했습니다. 'TG'는 준대형차로는 처음으로 국내 베스트셀링카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그만큼 인기가 있었다는 이야기겠죠. 아울러 'TG'는 아반떼, 쏘나타와 함께 현대차의 대표적인 볼륨 모델로 자리매김합니다. 


'TG'는 광고로도 유명했습니다.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질문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카피는 그랜저의 가치를 제대로 표현한 것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데요. '그랜저=성공'이라는 현대차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가입니다. 이때 각인된 이미지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5세대 그랜저(HG)


현재도 도로를 달리고 있는 그랜저 모델은 'HG'입니다. 2011년에 출시됐죠. 현대차의 고유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가 적용된 모델입니다. YF쏘나타와 함께 본격적으로 현대차의 '패밀리 룩'을 형성한 모델이기도 하죠.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YF쏘나타와 디자인이 너무 흡사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G'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그랜저의 브랜드 가치가 여전히 높았던데다 그랜저에 대항할 만한 준대형급 모델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그랜저의 입지는 탄탄했습니다. 출시 첫해인 2011년에만 10만대가 판매될 정도였으니 그 인기가 짐작이 가시죠? 


여기에 면발광 LED는 물론 아이써클이 적용됐고 GDI 엔진이 탑재돼 기존 엔진보다 출력이 향상됐죠. 또 9개의 에어백과 타이어 공기압 경보 장치, 스마트키, 급제동 경보 장치, 플렉스 스티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지금도 널리 이용되는 최첨단 사양이 대거 적용됐습니다. 


그랜저는 국내 준대형 세단의 기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랜저의 대항마로 등장한 기아차의 K7 등도 대부분 그랜저를 기준으로 기획·제작됐으니까요. 여젼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그랜저부터가 고급차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아무리 첨단사양을 장착했더라도 쏘나타를 고급차로 인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것이 지난 30년동안 그랜저가 쌓아온 가치입니다.


이제 곧 6세대 'IG' 모델이 나옵니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습니다. 사전 계약 12일만에 2만4305대가 계약됐습니다. 직접 차를 보지도 않고 '찜'한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죠. 물론 이 수치가 모두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얼마나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은 지는 알 수 있겠죠?


이번에 출시되는 'IG'에는 좀 더 특별한 임무가 주어져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현대차가 영 힘을 못쓰고 있는데요. 국내외에서 판매가 부진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실적도 완전히 고꾸라져 현대차 내부에서도 고민이 큽니다. 'IG'는 이런 우울한 분위기를 반전시켜줄 기대주로 꼽힙니다. 'IG'가 현대차의 기대처럼 확실히 불을 꺼줄 구원투수가 될지, 아니면 좋은 기회를 날려버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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