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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은행 성과연봉제..."괜히 벌집만 건드렸다"

  • 2017.02.14(화) 15:03

임종룡 위원장·하영구 회장 무리수 '부메랑'
합리적인 성과연봉제 도입 논의마저 제동

박근혜표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은행권의 불만과 회의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무리수를 두면서 괜한 노사 간 갈등만 키웠고, 그러면서 합리적인 성과연봉제 도입 논의마저 제동이 걸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여전히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원이 노조의 동의 없이 도입한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효력을 정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법적으로도 문제가 생겼다. 여기에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도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함께 정권이 바뀌면 박근혜표 성과연봉제 자체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금융위의 무리수가 오히려 악재로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 노사 합의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전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깃발을 꽂고,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적극적으로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하지만 개인과 직무에 따른 구체적인 성과 평가 기준은 여전히 만들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의 압박으로 급작스레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다 보니 노조와의 대치국면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령 홍보부의 경우 담당 언론사가 기사를 많이 써주면 성과를 높게 쳐주다 보니 다루기 쉬운 매체를 배정받기 위한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면서 "부서 평가를 둘러싼 논란도 많은데 개인평가 기준은 더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요 은행들은 이미 단계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노사 합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도입할 수도 있었는데, 금융위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갈등만 더 키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KB금융처럼 인건비 비중이 큰 은행들은 자체적으로도 성과연봉제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의 반발과 함께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 박근혜표 성과연봉제 폐기 수순 밟나

대외적으로 봐도 성과연봉제는 사실상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대전지방법원은 지난달 철도노조를 비롯한 5개 공공기관 노조의 성과연봉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라 노동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 공공기관 노조가 제기한 같은 내용의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소송으로 본안소송에선 노조가 일단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은행 노조의 본안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우성 관계자는 "철도노조의 가처분 인용 결정을 증거 자료로 쓰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대통령 탄핵과 함께 정권이 바뀌면 정부가 밀어붙인 성과연봉제를 폐기 수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률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최근 금융노조와 함께 성과연봉제 즉각 폐기 협약식을 열기도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과연봉제 저지법을 발의했을 정도로 야당의 반대는 강경하다.

장범식 금융위 금융발전심의원회장은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성과연봉제 정착에 나서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정부가 주도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밝혔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성과연봉제는 정부와는 별개로 은행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예정대로 도입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법원의 판결에 따라 개별 은행들의 대응 방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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