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난감한 금감원…자살보험금 중징계 '수위조절중'

  • 2017.03.06(월) 16:58

금감원, 삼성·한화 '백기투항'에 중징계 재심의
"상황 변화" 경징계로 낮출듯..잣대 '고무줄' 논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보험사가 '백기투항'하자,  '중징계'를 내리려던 금융감독원이 고민에 빠졌다. 일단 징계 수위를 다시 심의키로 했다. 중징계를 받았던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뒤늦게 미지급 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대승적' 차원에서 수위를 다시 낮춰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보험사들은 뒤늦게나마 소비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게 됐고, 금감원은 이런 결과를 끌어낸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보험사와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와 징계 수위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줘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 삼성·한화 생명 전액 지급 결정…경징계로 낮출 듯

금감원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건과 관련, 오는 16일 다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금감원 제재심은 앞서 지난달 23일 두 보험사에 최고경영자(CEO) 문책경고를 포함한 중징계 결정을 내렸는데, 그 뒤에 두 보험사가 미지급 보험금 전액을 주겠다고 입장을 번복하자 이를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관련 기사 ☞ 자살보험금 버티던 삼성·한화, CEO 리스크에 '백기'

금감원은 "삼성과 한화가 자살보험금을 지연이자를 포함해 전액 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중대한 사정 변경이 발생했다"며 "이번 사안은 사회적 관심이 지대하고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큰 만큼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제재를 위해서는 금감원장 단독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제재심의 의견을 다시 들어보고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금감원 제재심은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로, 최종 징계 수위는 금감원장이 결정한다. 제재심이 중징계를 내린 근거(보험금 미지급)가 달라졌으니 자문을 다시 받겠다는 셈이다.

결국 제재심과 금감원장은 두 보험사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경징계로 낮춰줄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모든 보험사가 약속대로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니, 금감원의 이런 결정은 '대승적 차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 "금감원과 보험사 진흙탕 싸움하다 체면만 구겨"

그러나 보험금 전액 지급이라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보험사와 금감원이 보여줬던 모습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보험사의 경우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라는 '원칙'을 내세웠다가, 금감원이 압박하자 뒤늦게 '소비자의 신뢰'를 언급하는 등 오락가락해 비판을 자초했다.

금감원의 경우 금융사에 대한 징계 수위 결정이 원칙 없는 '고무줄 판결'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감원 제재심은 지난달 23일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약관 등에) 기재하였음에도 해당 보험금을 고의로 지급하지 않고, 부지급 사유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중징계를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중징계의 근거인 과거 보험사의 '위반 행위'는 변한 게 없는데, 뒤늦게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징계 수위를 낮춰주는 결과가 됐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법원에서 나오는 '정상 참작'과 비슷한 것 아니겠냐"며 "결과가 나쁘지는 않지만, 금감원과 보험사 모두 우스운 모양새가 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