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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은행이 '00보고서' 내는 이유

  • 2017.03.14(화) 14:21

부자보고서 이어 1인가구 보고서, 보통사람 보고서까지
지피지기 백전백승, 타깃 고객에 맞춤형 상품·서비스 제공

"고객님은 2040 기혼 무자녀 그룹에 해당되십니다. 가구소득이 500만원 이상이시니 소득 2구간에 들어가고요. 거주용 부동산을 구입할 의향이 있으시겠군요. 잉여자금의 비중이 높으니,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택구입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잉여자금 일부는 안정적이면서도 예금보다 높은 3~4%의 수익을 내는 이 상품에 예치하시는 건 어떠세요?"

신한은행이 최근 낸 '보통사람금융생활보고서(이하 보통사람 보고서)'를 토대로 영업점에서 고객에게 맞춤형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상황을 가상으로 그려봤습니다.

은행들이 최근 '보고서' 발간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인데요. 은행권의 가장 대표적인 보고서는 KB금융지주(국민은행)와 KEB하나은행이 매년 내고 있는 '부자보고서'입니다. 부자들의 특징, 라이프스타일부터 자산관리 형태, 트렌드 변화 등을 담고 있는데요.

KB금융은 지난 2011년부터 보고서를 내고 있고, 하나은행은 이보다 한참 전인 지난 2002년부터 부자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하나은행은 당시 대내용으로만 활용하다가 2007년부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함께 전문성과 체계성을 확보해 대외적으로도 발표하기 시작했고요.

하나은행이 처음 부자보고서를 낸 이유는 이렇습니다. 하나은행은 자산관리 영업에 강점이 있는 은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PB(Private Banker), 그러니까 부자들의 돈을 관리해주는 은행원들이 트렌드나 노하우 등 참고로할만한 쳬계적인 자료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자보고서가 탄생한겁니다. 이를 통해 노하우를 공유하고 트렌드 변화에도 대응하고요.

KB금융은 지주 내 연구소에서 부자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이 PB 고객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는 것과 달리 KB금융은 전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부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차이는 있습니다. 두 곳 다 부자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결과에 큰 차이는 없다고 합니다.

이들 은행 PB나 영업점에선 이 보고서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보고서를 내는 것은 그냥 하는게 아니다"며 "고객층 공략과 마케팅을 염두에 둔 것이고, 가령 투자자산 포트폴리오의 변화 등은 영업에 있어서 굉장한 시그널이 된다"고 말합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요즘들어선 보고서 타깃군이 조금 더 다양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국민은행이 지난달 '1인 가구 보고서'를 맨 처음 선보이기도 했고요. 신한은행은 최근 '보통사람 보고서'를 냈습니다.

KB금융은 싱글라이프의 트렌드를 반영한 '1인 가구 보고서'와 동시에 '1인 가구 상품 패키지'를 내놨습니다.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포인트를 주거나 대출 금리를 우대하는 등의 적금, 대출, 카드 상품 등입니다. 은행들이 보고서를 내는 이유 아시겠죠. '지피지기 백전백승' 전략인 셈입니다. 실제 관련 상품이 영업점에서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

부자면 부자, 1인가구면 1인가구 타깃층을 명확히하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관심사, 금융생활 등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게 성공 비결이겠죠.

신한은행이 내놓은 보통사람보고서도 신선합니다. 부자보고서에 대응하는 느낌도 있고요. 1인가구 보고서나 부자보고서가 400명~1500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면 보통사람보고서는 무려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니 규모도 남다릅니다.

보통사람보고서를 낸 빅데이터센터 관계자는 "특정 집단보다는 중산층을 포함해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보통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포커스를 맞췄다"며 "그들을 그룹별로 세분화 해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합니다.

다만 이 보고서가 발표되자마자 예상치 못한 반발(?)도 나왔는데요. '한달에 남는 돈이 이렇게 많냐' '한달 잔고가 마이너스인 사람은 뭐냐' '돈을 이렇게 많이 벌어야 보통사람이냐'는 등등입니다. 대상이 보통사람이다보니 어쩔수 없이 시달려야 하는 문제인 듯 합니다. 또 정규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고 평균을 낸 값이다보니 개인별 편차도 있을 수 있고요. 신한은행은 보완할 부분은 보완한다고 하는데요. 내년을 또 기약해봅니다.

 

어쨋든 이런 다양한 보고서로 은행은 은행대로 마케팅에 활용하고, 우리도 때론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게 되니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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