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수두룩한 취업준비생들을 생각하면 실업률이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취업준비생이나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이들을 포함한 체감 청년실업률은 23.6%까지 치솟습니다. 네 명 중 한 명입니다.
청년만 어려운 건 아닙니다. 모든 연령층의 실업률은 4.2%로 4월 기준으로 지난 2000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실업자도 117만 4000명으로 4개월 연속 '100만 명'대를 기록했고, 구직을 단념한 사람은 41만 9000명으로 전년보다 5000명 늘었다고 합니다.
또 있습니다. 일자리 질도 악화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2657만7000명으로 지난해 4월보다 42만4000명이 늘었는데 늘어난 일자리의 상당수가 건설업 일용직에 몰려 있었다고 합니다. 신규 분양 아파트 입주 시점이 다가오면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질이 좋은 것으로 여겨지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고 자영업자는 9개월 연속 증가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 날인 11일 통계청이 이런 '우울한' 통계를 내놨습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최근의 저성장과 맞물려 일자리가 줄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 역시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교수는 '정해진 미래'라는 저서에서 우리나라의 고용환경 악화가 인구 구조적인 문제 탓에 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저출산 고령화 탓에 소비 연령층이 줄어들고 있어 시장도 축소돼 결국 기업들은 투자나 고용을 꺼리게 됩니다.
그나마도 줄어든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경쟁도 나타납니다. 은퇴한 뒤에도 돈을 벌어야 하니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이는 청년층의 일자리를 뺏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의 경우 되려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3차 산업혁명 등을 통해 시스템화된 기계들이 인간의 일자리를 지속해 빼앗아왔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전문성이 떨어지고 불안전한 서비스업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 생산뿐만 아니라 서비스업과 전문업의 '자동화'까지 추구합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들이 햄버거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더 나아가 변호사나 회계사가 하는 일까지 처리할 수 있다는 게 '미래학자'들의 전망입니다.
물론 인공지능(AI)의 활용은 아직 초기단계기 때문에 당장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일자리가 줄어들고 또 질이 악화하는 흐름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요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일자리'를 공약 중 가장 앞에 내세운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81만개 등 총 13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경제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자료=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 홈페이지) |
취임 일성도 일자리였습니다.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 1호는 일자리 위원회 설치였고 첫 공식 외부 일정은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민간에서 크게 위축된 고용을 일단 정부의 추진력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국민의 소득을 올리고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당장 심각한 실업률을 어느 정도 끌어올리는 데에는 효과가 있으리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부가 나서서 민간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비관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일단 당장 81만개의 공공 일자리 재정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 추진을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인데 야당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는 게 '일시적인' 효과밖에 내지 못하리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인구구조의 변화와 4차 산업혁명 도래 등에 대응해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