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계좌를 이용한 물품 거래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통장 개설 목적을 확실히 밝히지 않아도 만들 수 있어 범죄의 표적이 됐으며 대포통장 우려도 제기된다. 물품 거래 사기 계좌의 경우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밖이라서 개인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물품 거래 사기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는 민간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접수한 사기 건수는 케이뱅크 280건, 카카오뱅크 120건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한지 몇 달 지나지 않았는데도 사기에 이용된 사례가 적지 않다.
인터넷전문은행 계좌가 범죄에 쓰이는 건 쉽게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은 급여통장을 만들 때 재직 증명서를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는 것과 대조된다.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시중은행 계좌를 만들 수 없었던 중고나라 사기꾼이 카카오와 케이뱅크 계좌를 발급했다"며 "현 정책의 문제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사기가 속출하면서 대포통장 우려도 나온다. 대포통장은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거나 양도받아 만든 통장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어 사기에 쓰인다. 안양동안경찰서 관계자는 "아직까진 범인 본인 명의 인터넷전문은행 계좌 신고만 받았으나 대포통장 문제도 많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최근 본인 명의 계좌를 돈을 받고 판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물품 거래 사기 계좌는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밖이라 제재 방안도 마땅치 않다. 금융감독원은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에 따라 보이스피싱 계좌만 단속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함께 물품 거래 사기 사례가 속출하는데도 계좌 수나 피해금액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는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계좌 관리가 안정될 때까진 개인 스스로 주의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부인의 계좌를 만들기 위해 타행 지점에 갔을 때 임원 명함까지 보여줬는데 거절당한 적 있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하는 시중은행 계좌로 거래하는 게 당분간 안전하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