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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채용비리 김정태 회장 연루 추정, 확인 안돼"

  • 2018.04.02(월) 11:25

금감원,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32건 적발
'면접 0점 최종합격' 지원자, '김oo(회)'로 표시
금감원 "(회)는 김정태 회장 추정"…김 회장은 '부인'

 

2013년 하나은행 공개채용에 지원한 한 지원자는 합숙면접에서 태도불량으로 0점을 받았다. 이 지원자는 서류전형과 실무면접 점수도 합격기준에 크게 미달했다. 하지만 그는 8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합격했다. 이 지원자는 서류전형부터 추천내용에 '최종합격'이 표기된 특별 관리 대상이었다. 추천자는 당시 하나금융지주의 인사전략팀장이었던 '김oo(회)'였다.

2일 금융감독원은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 잠정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특별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2013년 최종합격자 229명중 32명(14%)이 추천 등으로 특혜 합격했다. 또 하나은행은 남녀 채용비율을 4대 1로 차등채용한 사실도 적발됐다.

우선 추천 채용에 따른 특혜채용이 16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류전형부터 최종합격이 표기된 지원자는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장의 추천을 받았다. 팀장의 이름 옆에 적인 '(회)'를 금감원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추정했다. 김 회장의 지시를 받아 인사전략팀장이 추천했다는 의미다. 다만 금감원은 '추정'일뿐 '특정'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는 "당시 인사담당자에게 (회)의 의미를 물었더니 '회장 또는 회장실로 추정된다'고 답했다"며 "더 큰 문제는 채용 4단계와 상관없이 처음단계부터 최종합격이라 적혀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 부원장보는 "김정태 회장으로 특정할 순 없지만 추정은 된다"며 "지난주 금요일 모든 자료는 검찰에 넘겼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련 의혹에 대해 "김 회장에게 물어봤는데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시장 비서실장의 자녀도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하고도 최종합격했다. 이 지원자는 '함oo대표님(시장비서실장)'으로 추천됐다. 함 대표는 2013년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였다. 최 부원장보는 "함 씨는 그런일이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는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맡았었다.

추천자에 '짱'으로 표시된 지원자도 있었다. 검사 결과 '짱'은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다. 이 은행장은 아들 친구 2명과 다른 금융지주 임원 부탁을 받고 총 6명을 추천했다. 이중 3명은 합격기준에 미달하고도 최종합격했다. 최 부원장보는 "이 은행장은 (채용비리 의혹을) 시인했다"고 설명했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추천한 친구 아들은 '최흥식 부사장 추천'으로 표시돼있었다. 이 지원자의 서류전형 점수는 418점으로 합격기준에 1점 미달했지만, 서류전형에 통과해 최종합격했다. 아울러 '금감원'으로 표기된 지원자도 2명 있었다. 이 지원자들은 서류와 면접에서 특혜를 받았지만 최종합격하지 못했다. 최 부원장보는 "이들을 추천한 감독원 직원을 특정하려 노력했지만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회정무실', '청와대 감사관 조카' 등으로 표기된 지원자도 합격기준에 미달했지만 최종합격했다. 특히 '청와대 감사관 조카'는 임원면접 점수를 임의 조작했다. 최 부원장보는 "청와대 감사관 조카를 추천한 부행장은 (채용비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최종 임원면접에서 합격권 내의 여성 지원자 2명을 탈락시키는 대신 불합격자 대상이었던 남성 지원자 2명 합격시킨 '남녀 차별'도 적발됐다. 또 실무면접에서 탈락한 명문대 졸업자 9명을 합격시키기 위해 다른 대학 졸업자 9명을 탈락시킨 채용비리도 있었다. 하나은행은 인사부장과 팀장, 실무책임자 등 3명으로 구성된 비공식 '사정회의'를 통해 면접순위 등을 조작했다.

하나은행은 '추천 채용비리' 외에도 남녀 차등채용을 서류전형 단계부터 추진했다. 검사 결과 2013년 하반기 채용전부터 남녀 4대 1 비율로 차등 채용하기로 한 정황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서류전형 서울지역 여성 커트라인 점수는 467점으로 남성보다 48점 높았다. 실제 최종합격자 비율은 남녀가 5.5대 1로 차등 채용이 더 심각했다.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는 "검사단 추정 결과 남녀 차별없이 커트라인을 적용하면 남녀 비율은 1대 1에 근접한다"며 "여성 합격자는 619명이 증가하고, 남성은 그 만큼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취임한 김기식 금감원장은 "주말에 조사 결과 발표한다는 얘기만 들었다"며 "조사결과 그대로 발표하라고 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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