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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밴 수수료 개선과 밴 패싱(passing)

  • 2018.06.26(화) 18:03

밴 수수료 간담회에 밴 업계 안불러
"정책결정 과정 소외, 영세 대리점 심각" 하소연

"섭섭합니다. 일정 자체를 몰랐습니다."

금융당국의 밴 패싱(passing)이 계속되고 있다. 26일 정부 서울청사에는 카드 밴 수수료 체계개편 세부방안을 조율하기 위해 금융위원장과 금감원부원장, 여신금융협회장, 8개 신용카드사 대표가 모였다.

간담회 시작과 함께 세부합의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간담회는 밴수수료 정률제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확정하고 다음달말 전면시행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자리였다.

하지만 정작 해당 제도의 영향을 크게 받을 밴 업계는 초청받지 못했다.


밴(VAN)이란 가맹점과 카드사 간 네트워크망을 구축해주고 카드 사용승인 중개와 카드전표 매입업무를 하는 부가통신사업을 말한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사용해 물건을 사면 물건값중 카드이용수수료만큼 카드사가 받아가고, 카드사는 밴 수수료를 떼서 주게 된다.

지난해까지는 밴 수수료를 결제금액과 무관하게 결제건당 일정 금액으로 책정하는 정액제였다. 지난 1월 정률제로 바꾸기로 했고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자율시행이 이뤄지고 있었다. 7월말부터 전면시행된다. 

그동안 밴수수료는 결제금액이 1만원이든 100만원이든 건당 100원이 들었다. 하지만 정률제를 도입하면 평균결제금액 100만원대의 대형가맹점은 100만원당 3000원, 평균결제금액 1만원대의 영세가맹점은 1만원당 30원의 밴수수료가 책정된다. 평균 0.28%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밴 수수료 체계는 바뀌어도 수수료 총액은 정액제일때와 비슷하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문제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밴 업계는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며 하소연이다.

밴 업계는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대형가맹점을 고객으로 가진 대형 밴사와 영세가맹점을 주 고객으로 하는 밴 대리점이다.

정률제가 도입된다면 그나마 규모가 있는 밴사는 영세가맹점에서 줄게 되는 수수료 수익을 대형가맹점을 통해 보전할 수 있다. 하지만 영세가맹점만 상대하는 밴 대리점은 수익 보전이 어려워진다.

밴 대리점을 중심으로 밴 업계는 밴 수수료 논의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당국에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카드 수수료 인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영세한 밴 대리점들의 사정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지만 외면당했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26일 간담회도 밴 업계는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밴 업계는 자신들의 어려움이 소비자에게도 전가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밴 업계 관계자는 "실적악화가 예상될 경우 그동안 가맹점에 단말기설치·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제는 어려울 수 있다"며 "가맹점 유치 활동이 위축되면서 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도 영세한 골목상권의 한 축"이라며 "필요한 논의를 제대로 하지 못해 풍선효과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나 밴 수수료 체계 변경은 모두 '영세한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번 수수료 체계 변경으로 카드 가맹점 21만여곳이 수수료 인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국이 大(영세 자영업자 21만곳)를 위해 小(영세 밴 대리점 수백곳)는 희생해야 한다는 입장이 아니라면, 정책의 큰 흐름은 바꾸지 않는 선에서 小를 위한 보완책을 생각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카드사 협조를 얻어 밴 관련 서비스(가맹점 모집, 단말기 관련 서비스) 수수료를 지원해준다던가, 또 다른 방안을 찾아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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