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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에게 듣는다]부자 투자비법? "안 쓰는 게 버는 것"

  • 2018.08.06(월) 13:41

박성혜 우리은행 잠실역금융센터 PB팀장 인터뷰
"1~2년뒤 위기 올수도…부자들 현금비중 늘리는 중"
"커버드콜·ELS 등 관심…손실 5% 넘으면 회수"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어디로 튈지 가늠이 어렵다. 그럼에도 투자방향은 잡아야 한다. PB(Private Banking)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변동성이 커지는 금융시장, 어떤 투자를 해야 하나? [편집자]

 

박성혜 우리은행 잠실역금융센터 PB팀장(부지점장)은 1~2년뒤 경제위기가 또 찾아올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주식시장을 사계절로 보면 지금은 가을이다. 1~2년 이내에 한번쯤 위기가 오지 않을까한다. 연초에 주식 시장이 5월부터 조금 어려워질거라 생각했는데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그 시기가 조금 빨리 왔다."

'지금은 실탄을 축척해야할 때인가'라고 묻자 김 팀장은 "저희 고객들은 현금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답했다. 김 팀장의 고객은 예금만 10억원 이상인 자산가들이다.

월급쟁이는 어떻게 종잣돈을 모을까 물어보자 김 팀장은 그가 고객에게 들은 말로 대신 답했다. "한 자산가 고객이 그러더라고요. 안 쓰는 게 버는 거라고요." 이어 "어떤 투자상품에 가입하는 것보다 매월 적립하는 게 가장 큰 투자다. 단돈 10만원이라도 적금 들라"고 권했다. 김 팀장은 "가상화폐에 투자해 강남에 빌딩 한 채 정도 수익을 거둔 고객도 있지만 가상화폐는 투기다. 적금을 들라" 등 인터뷰 중 여러번 적금을 강조했다.

 

▲박성혜 우리은행 잠실역금융센터 PB팀장은 1990년 한일은행에 입사하며 은행업무를 시작했다. 28년째 한 은행에서 일하는 동안 간판은 3번 바뀌었다. 한일은행은 1998년 상업은행과 합병해 한빛은행이 됐고, 한빛은행은 2002년 우리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박 팀장은 2006년부터 PB업무를 맡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여기는 어떤 곳인가
▲ 우리은행 PB센터는 전국에 3개 있다. 부산과 서울 강남, 잠실이다. 예금 10억원 이상의 초고소득층 고객을 관리하는 곳이다. 은행에서 운영하는 일반 PB는 예금 규모 1억원 이상이다. 이 건물 1층 우리은행은 일반 PB 영업점이고, 2층은 초고소득층 고객을 관리하는 PB센터다.

- 관리 고객은
▲ 50분 정도다. 예금 10억원은 커트라인으로 큰 의미가 없다. 워낙 많이 가지고 있다. 보통 30억~40억원 정도, 많게는 200억원 정도 예금하고 있다. 한 은행만 거래하지 않는다. 다른 은행까지 포함하면 예금은 3~5배 정도 된다. 부동산 자산은 더 많다. 전체자산 중 20%가 예금이고 나머지 80%가 부동산이다.

- 부자들이 최근 부동산 비율을 줄인다고 하던데
▲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작은 규모 부동산은 줄이기도 한다. 하지만 건물이나 빌딩을 가진 분들은 크게 변동되지 않고 있다. 공실률 등을 보면 잠시 부동산 시장이 얼어있긴 하지만 오히려 추이를 보면서 추가 매입 기회를 잡으려 한다.

- 요즘 시장은 어떤가
▲ 너무 어렵다. 주식시장을 사계절로 보면 가을 정도로 보고 있다. 1~2년 이내에 한번쯤 위기가 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연 초에 주식 시장이 5월부터 조금 어려워질 거라 예상했는데 그 시기가 조금 빨리 왔다. 가장 큰 이슈는 미·중 무역전쟁이다. 무역전쟁에 따라 증시가 많이 흔들리고 있다. 고객들에게 조심스럽게 투자를 권하고 있다. 고소득층 고객은 기존 자산에 손실이 난 부분 보다는 앞으로 투자에 신중히 접근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투자가 위축되지 않는다. 오히려 소액 투자자들이 힘들어한다. 1년에서 1년 반 정도 뒤엔 정말 투자에 조심해야한다. 내년 이후 주식시장이 어려워지면 부동산에 오히려 기회가 올수도 있다.

- 경제 위기를 전망하는 이유는
▲ 경기 사이클이다. 미국에서 양적완화를 축소해 자금을 거둬들이고 자국 보호 무역을 하고 있다. 신흥국 수출은 어렵다. 지표상 나타난 숫자와 체감은 많은 차이가 있다. (한국) 경기지표도 예상보다 성장률을 계속 축소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현실화되는 시기가 1년이나 1년 반 뒤다. 한국은 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주위 여건은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가계 부채 문제도 금리가 오르면 어려운 시기가 온다. 2008년 금융위기처럼 큰 사태는 아니지만 정부는 항상 그 부분을 위태위태하면서 가계부채를 축소하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 축소는)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 그럼 지금은 실탄을 축척해야할 때
▲ 지금 고객들은 현금보유 쪽으로 비중을 늘리는 편이다.

- 요즘 고객들 고민은
▲ 가장 큰 고민은 세무 쪽이다. 증여나 상속 등 상담이 가장 많다. 부동산 경우도 공시지가나 기준시가가 높지 않을 때 증여하고 싶은데 세금이 많이 오르고 있다. 고객들은 이자 수익에 큰 관심이 없다. 어차피 본인의 받는 소득의 40% 이상이 세금으로 나간다. 

- 관리만 해달라는 얘긴가
▲ 언제든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유동성에 관심을 보인다. 금융상품에 전혀 손 안 댈 수 없으니 예금의 40~50%는 안전한 금융상품에 투자한다. 최근에 ELS(주가연계증권)나 커버드콜(covered-cal)에 관심을 보인다.

- 커버드콜이란
▲ ELS를 반쯤 모방한 상품이다. 주가를 매월 평가해 지난달 보다 이번 달이 일정부분 떨어지지 않으면 '쿠폰'이 발생한다. 투자액의 50% 정도는 인덱스(주가지표와 연동된 상품)로 연결된다. 주식형이지만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다.

- 쿠폰 뜻은
▲ 투자상품의 이자수익이 정기적으로 꽂히는 것을 말한다.

-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짜나
▲ 고객 투자 성향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저희 고객은 일정 부분 자산이 있으니 위험을 감내할 여력이 있다. 투자자산의 30%는 주식형 등 공격형 상품으로, 30%는 안정적인 채권형으로, 나머지는 주식과 채권이 섞인 혼합형이다.

- 수익률은
▲ 채권 혼합형은 5% 내외, 채권형은 3%이내, 주식형은 7~8% 정도 수익률을 잡는다. 평균 6% 정도 수익률을 생각한다.

- 가장 위험한 상품과 가장 안전한 상품은 무엇인가
▲ 가장 위험한 상품은 신흥국 상품이다. 차이나 펀드가 작년에 수익이 많이 났다. 베트남 펀드도 많이 가입했다. 위험하면서도 향후 시장 가능성이 있어 위험 선호형으로 많이 찾는다. 안전한 상품은 단기 채권이다.

- 해외 투자는 어디로 하나
▲ 지금의 거의 미국 쪽이다. 미국 비중을 60% 주면서 나머지 40%는 주변국에 투자한다. 최근엔 동남아 지역 등 해외 부동산 서비스도 시작했다. 고객이 직접 투어형식으로 해외 부동산 시장을 견학하고, 고객이 부동산을 구입할때 우리가 제반 업무를 처리해주는 방식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남의 돈을 굴리기가 쉽지 않다. 투자할 때 지키는 선은
▲ 한없이 시장이 좋을 수 없다. 들어가는 시기보다 나오는 시기가 중요하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 저희는 손실률이 5%가 되면 고객들에게 나올 것을 권한다. 손실 관리에 초점을 두고 손실이 5% 넘지 않게 차단하고 있다.

- 이곳에 오기전까지 종잣돈을 모는 투자법은?
▲ 가장 좋은 방법은 은행에서 상담 받는 것이다. 그런데 은행 직원에 따라 투자 성향이 차이가 있다. 저희 같은 셀러리맨의 경우 '로보알파' 서비스를 추천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월 적립식으로 운영해준다. 목돈 생기면 가장 안전하게 투자할 상품은 ELS다. 4~5%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은행 정기예금의 두배 정도 수익률을 가져가면서 리스크가 많지 않다. 예전에 한 자산가 고객이 그러더라, 안 쓰는 게 버는 거라고. 어떤 투자상품에 가입하는 것보다 매월 적립하는 게 가장 큰 투자이다. 단돈 10만원이라도 적금을 드는 게 가장 좋은 투자다.

- 개인적으로 투자도 하나
▲ 자기 돈과 남의 돈이 많이 다르다. 저도 샐러리맨이다. 상품을 많이 가입한다. 제가 추천하는 상품은 제가 경험하고 고객에 추천한다. 손실이 나도 계속 보유한다. 시장 상황을 보기 위해서다.

- 가상화폐에 투자한 고객도 있나
▲ 작년 초에 투자해서 많이 버신 분이 있다. 그분은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투자 결과 자산도 굉장히 불렸다. 강남에 건물 한 채 정도 벌었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개인적으로 권하진 않는다. 원하지 않는 소득과 원하지 않는 손실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수익이 생기면 그 돈은 소중하게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손실 발생하면 견딜 수 없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잃게 된다. 어차피 반반의 확률이라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는 투자를 해선 안 된다. 안전하게 많이 적금하는 게 낫다.

- 투자영감은 어디서 얻나
▲ 여러 자료를 보다보면 공통된 내용이 많이 겹친다. 10개 자료를 보면 최소 4~5개 중복되는 자료가 있다. 그런 쪽에 힘을 싣는다. 매일같이 자료를 보다보면 '느낌'이 올때가 있다. 오랜 시간 동안의 직업병 같은 것이다.

- 요즘 자료는 어떤 특징이 있나
▲ 투자에 많이 조심해야 한다. 예측할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다시 2008년 금융위기 초창기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지금은 투자한 상품을 다시 점검할 때다. 장기 보유할지 이익 실현 할지 고민해야한다. 준비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좋다. 예전에 펀드라면 장기투자를 많이 권했다. 하지만 요즘은 시장이 급변하기 때문에 무조건 장기투자라고 좋지 않다. 투자상품도 시대 흐름을 탄다. 펀드가 10% 수익이 났다면 환매를 고려하는 것도 좋다.

- 10년 넘게 고액 자산가들을 옆에서 지켜봐왔다. 특징이 있나
▲ (그들은) 돈을 벌수밖에 없더라. 보는 시각이 다르다. 본인만의 소신이 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주위의 말을 듣기보단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가장 큰 것은 굉장히 근검절약한다. 자수성가형 고객이 말하더라, 누구나 열심히 산다 하지만 열심히 사는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기회가 올 때 잡아야 한다. 흔한 말로 3번의 기회가 오지만 그 기회가 온지 모르고 지나간다고 하더라.

- 마지막 질문이다. 돈이란 무엇이라 생각 하는가.
▲ 돈 하나의 도구다. 도구일 뿐이지 주체가 될 수 없다. 오전에 직원끼리 모여 얘기하다 어떤 분이 돈을 펑펑 쓸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우스갯 소리를 하더라. 그런데 돈 때문에 하는 고민이 가장 행복한 고민이란 말이 있다. 돈은 없다가 생기면 행복하고 있다가 없을 때도 다시 만들 기회가 온다. 돈이 전부가 돼 끌려 다니면 많은 것을 잃는다. 저희 고객님들도 돈은 숫자라 한다. 돈이 이렇게 많은데 왜 또 벌려 하냐고 물으면 숫자가 늘어난 건 의미 없고 투자에 성공했을 때 성취욕을 느끼고 싶다고 한다. 고객에게 돈은 물론 소중하지만 그분들의 가지고 있는 물건 중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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