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지금부터는 올해를 잘 마감하고 내년 사업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업종이나 업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중소기업 대표들은 올해가 유독 체감경기가 어려워 올해라도 잘 마무리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는 추경을 편성해 상황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책자금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중소기업이 이미 대출한도만큼 자금을 빌렸거나 매출감소 등의 여파로 추가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요즘 들어 대표들에게서 R&D자금에 대한 상담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R&D사업을 수행하게 되면 공공기관으로부터 다른 성격의 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올해를 잘 버티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고 싶은 대표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표들이 말하는 R&D사업이라는 지원제도는 일시적으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그런 성격의 지원제도가 아니다.
R&D사업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이나 제품을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사전에 기술개발에 맞는 아이템이나 R&D 수행을 위한 인력, 경영상태 등 종합적인 요건을 갖춘 기업만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지원제도다.
그리고 융자성격의 정책자금과는 달리 상시 신청이 가능하지 않다. 대부분 연초에 공공기관의 통합공고를 통해 수행시기나 자격 등이 확정돼 공지되기 때문에 사전에 기업의 체력과 상황 등을 잘 준비해야만 지원도 할 수 있고 선정도 될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R&D사업은 불안한 경기상황에 대한 일시적인 준비 수단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제도 취지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내년 1월부터 시작될 많은 R&D사업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럼 기업이 R&D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고려해야 할 여러 요인이 있지만 대체로 3가지는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첫째는 회사나 대표의 신청자격이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R&D사업만 살펴보더라도 기업이나 대표, 심지어는 R&D사업에 참여하는 과제책임자에 대한 자격요건들이 까다로운 편이다. 국세나 지방세와 같은 세금을 체납하는 경우나 금융기관 등에 채무를 불이행하고 있는 경우에는 R&D사업을 신청하거나 참여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올해도 R&D수행을 위해 상담한 많은 기업의 대표들이 이러한 이유로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갖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이를 해결해야 내년도 R&D사업에 신청할 수 있다. 이는 장기간 수행해야 하는 R&D사업의 특성상 재무 건전성을 보유한 경영자에게만 R&D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둘째는 개발하고자 하는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아이템 선정여부다.
개발 아이템은 단지 보유여부뿐 아니라 정부가 원하는 방향성과 어느 정도는 일치하는지, 이미 시장이나 다른 R&D사업 아이템과 중복되지는 않는지를 점검한다. 더 중요한 것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나 제품 아이템에 대한 개발이 성공 가능한지, 시장에서 상업성이 있는지, 이를 통해 기업이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지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작성해보면 아이템 선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러므로 기업에서는 구성원들과 더불어 개발이 필요한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서 사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업계 동향이나 기술의 개발 가능성 등을 잘따져봐야 한다. R&D사업 참여를 신청했다 탈락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신청마감 즈음에 무리하게 아이템을 개발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신청한 경우가 많다.
참고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4차산업혁명 관련 3대 전략분야와 15대 핵심기술을 지정한 '중소기업기술로드맵'에 포함되는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아이템이라면 R&D사업 선정때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는 가점을 받을 수 있는 항목들에 대한 준비다.
모든 R&D사업에는 기본적으로 기술분야와 지원자격을 충족해야 하며 가점을 받을 수 있는 항목들을 잘 준비하면 유리하다.
R&D사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기업부설연구소나 연구개발전담부서 운영은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으며 벤처기업이나 이노비즈기업 인증을 갖고 있으면 더 유리하다. 또 R&D사업의 종류와 내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벤처캐피탈(창투사)를 통해 투자를 받고 있거나 현 정부의 관심이 높은 고용관련 인증이라든지 여성기업 등과 같은 항목들도 가점을 받는데 유리할 수 있다.
R&D사업에 도전하려면 이런저런 준비할 것이 많겠지만, 남은 3개월 동안 위 세가지는 반드시 갖춰야 내년을 도모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연초에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은 R&D사업 설명회를 전국적으로 실시한다. R&D를 수행하고자 하는 기업의 대표나 관계자들은 설명회에 참석해 구체적인 정보를 얻어 밀도있게 준비를 하자.
이와 관련 기업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은 R&D사업을 통해 지원되는 자금은 기술과 제품개발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구비 유용과 같은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담당부처의 R&D사업 관리기준 또한 강화돼 왔다. 취지를 잘 이해하고 의지가 있다면 당장 오늘부터 내년도 R&D사업을 위한 준비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