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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불러올 일들

  • 2018.11.23(금) 17:43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안 발표 임박
업계 "소통없는 일방적 통보…조삼모사에 불과"
연구결과 '수수료 인하효과 별로'…당국은 외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또 인하된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내리막을 걷기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다. 가맹점 인하 수수료는 과연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우리 경제에 불러왔을까.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2007년 '신용카드 체계 합리화 방안'이 나온 이후 최근까지 매년 인하됐다. 

2007년 당시 금감원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며 '2005년 하반기 이후 신용카드사의 경영실적 호전'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추진 배경이라고 밝혔다.

장사가 잘되니 이제 규제한다는 논리다. 2002년 카드대란 이후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던 카드업계는 군말 없이 당국의 명을 받들었다.

이후 거의 매년 수수료는 인하되고 있다. 2012년부터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해 3년마다 수수료를 재산정하기로 했고, 그사이 매년 우대 수수료율을 받는 기준을 낮추면서 실질적인 인하를 계속해왔다.

수수료 인하 여파로 카드사의 수익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카드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총자산이익률(ROA)을 보면 알 수 있다. ROA는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로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카드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ROA는 2015년 상반기 3.33%에서 올 상반기 2.07%로 하락했고, 삼성카드도 같은 기간 3.09%에서 1.61%로 줄었다. 현대카드(2.07%→1.63%)와 KB국민카드(2.18%→1.19%), 우리카드(1.77%→0.90%), 롯데카드(1.60%→0.13%) 등도 모두 ROA가 하락했다. 하나카드는 0.06%에서 1.74%로 개선됐지만 기저효과가 있고, 여전히 1%대에 머물러있다.

카드사로서 더 억울한 것은 수수료 인하가 있을 때마다 카드사가 '가맹점의 피를 빨아먹는 악의 축'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당국은 카드사의 수익성을 희생하더라도 수수료가 내려가면 카드 가맹점의 살림살이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체감되진 않는다. '카드사는 계속 나쁘고 나는 여전히 살기 어렵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국세청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07년 자영업 생
존율은 20.0%였다. 2016년은 23.7%로 증가했다. 가게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8곳이 문을 닫는 일은 지난 10년간 지속됐다. 업계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절반이 창업 후 2년을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카드 수수료 인하는 카드사 살림은 망쳐놓고 영세 가맹점의 살림에는 큰 도움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당국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마법의 램프라도 되는 듯 여기고 있다. 특히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의 피해가 예상되자, 이를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이러한 주장과 거리가 있다.  

지난 7일 발간된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의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카드 수수료를 더 낮추기 위해서는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을 구매자(카드회원)에게 전가하는 수밖에 없다. 즉, 구매자의 카드 연회비 인상이 불가피하며 결국 신용카드 이용금액 감소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로 인해 결국 기업 전체 매출액과 일자리가 감소하게 된다.

구체적 최저임금 인상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동시에 이루어지면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11조8000억원(1.92%) 줄어든다. 이로 인해 기업의 총매출액은 66조4000억원(1.25%) 감소한다.

라 원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인된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크게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는 경제전체의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재고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일방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파열음은 곳곳에서 들린다. 카드사와 밴 업계의 공정위 제소와 실력행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카드업 종사 노동자들의 고용안정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업계와 이에 얽힌 당사자들은 신중하고 섬세하게 가맹점 수수료 방안이 정해지길 바라지만 당국의 움직임은 투박하기 그지없다.

23일은 카드수수료 개편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의 세번째 회의가 열렸다. 지난 6월 TF구성을 발표한 뒤 이제 겨우 세번째다. TF와 함께 각 카드사 사장단 소집회의도 소집했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급히 소집되는 회의다. 그리고 바로 다음주면 내년부터 적용할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업계는 일련의 과정에서 제대로 된 소통을 할 기회조차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기자가 보아도 소통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 일방적인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조삼모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도무지 가시질 않는다.

지난 10년과 마찬가지로 향후 10년 동안에도 크고 작은 가맹점 수수료 조정이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업계와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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