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밤과 8일 이틀 동안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KB국민은행 노조 파업 집회 현장을 찾았다. 현장은 만석이었다. 체육관 의자 7117석와 체육관 바닥에 깔린 1500석의 간이의자가 대부분 찼다.
KB국민은행 정규직 임직원 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1만6709명이다. 직원 2명 중 1명은 이날 파업집회에 참석한 셈이다.
경영진은 파업을 막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임원 54명은 파업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을 경우 책임을 지겠다며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주말에는 노조 소속이 아닌 지점장급 직원들이 소속 영업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참여 여부를 확인하며 설득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노사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파업이 강행됐다.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회사 측과 일부 언론은 성과급을 더 받기 위해 파업을 한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과 합의해야 할 쟁점은 4가지가 남았다. 과거 비정규직이었던 하위직군(L0)의 근무경력 인정 논의와 신입행원에 대한 페이밴드(직급별 호봉상한제) 폐지, 임금피크제 1년 연장 관철, 지점장 후선보임 관련 기준 논의다.
최대 쟁점이라고 알려졌던 성과급 문제는 이미 합의가 이뤄졌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통상임금의 150%와 임금의 100%에 해당하는 우리사주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이 합의안이란 것.
집회 현장에서는 "회사와 언론이 우리에게 귀족조노라는 프레임을 씌웠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파업의 명분이 '돈'이라는 여론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
▲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노동자는 누구나 법에서 보장하는 노동활동에 대한 권리가 있다"며 "창구업무가 어려워 불편을 겪을 고객에게는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을 단행한 것은 단순히 성과급의 문제가 아니며 쟁점은 따로 있다"며 "무엇보다도 회사가 그동안 성과만 강조하고 돈으로만 대응하려 해 대부분의 조합원이 인간적으로 분노한 것이 이런 자리까지 오게된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8일 파업 집회는 오후 2시10분에 끝났다. 파업 종료가 선언되자 조합원들은 10분만에 모두 체육관을 떠났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이번 파업에 대해 '경고'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사측과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우선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차 총파업이 예고됐다. 이후 3차(2월 26∼28일), 4차(3월 21∼22일), 5차(3월 27∼29일) 파업 일정도 정해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