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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국민은행, '임금 이중잣대'에 둘로 쪼개졌다

  • 2019.01.08(화) 14:45

국민은행 파업..노사, 파국의 길로
페이밴드·임금피크 '이중화된 임금'이 갈등 핵심
노사 해결책은 정반대..피해는 고객에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파국이다. 8일 국민은행 노조가 파업을 진행했다. 지난 7일 허인 국민은행장은 "우리 스스로 파업이라는 '파국의 길'을 걷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직원들을 설득했지만 파국은 피하지 못했다. 지난밤 새벽까지 이어진 최종협상은 노사간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전날 열린 파업 전야제에서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청년 은행원과 여성 은행원에 대한 차별이 오늘 직원이 모인 배경"이라고 말했다. 신입행원에게만 적용된 페이밴드(Pay Band, 일정 기간 승진 못하면 임금 동결)와 무기계약직원(L0)의 정규직 전환 조건이 파업의 원인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현행 페이밴드 체계는 기형적이다. 2014년 국민은행은 신입행원에 한해 페이밴드를 적용했다. 선배는 호봉제를, 후배는 2014년 이후에 입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연봉제가 적용됐다. 이번에 사측은 페이밴드 전면 확대를, 노조는 페이밴드 폐지를 주장했다. 전날 허 행장이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며 사실상 현행 유지로 한발 물러섰지만 노조는 폐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신입행원의 수가 늘수록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책임은 노사 모두에게 있다. 과거 신입행원에게만 페이밴드를 적용하자는데 노사가 합의했다. 첫단추를 잘못 끼우니 모든 것이 헝클어졌다. 하지만 파업은 해결책이 아니다. 노조가 전날 허 행장이 내민 손을 뿌리친 것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 경쟁사인 우리은행은 차장급 직원에게만 페이밴드를 적용하고 있다.

무기계약직원의 정규직 전환 조건도 이와 같은 연장선에 있다. 사측은 무기계약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할때 1년당 3개월만 근무경력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전체 근무경력을 다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허 행장이 "L0직원의 대우 개선도 전향적으로 논의하자"고 협상에 나섰지만 노조는 완강하다.

 

▲ KB 국민은행

 

사측은 임금피크만은 양보하지 않고 있다. 허 행장은 "KB 임금피크 직원수는 경쟁은행보다 월등히 높다"며 "부점장과 팀원·팀장급 직원의 임금피크 진입시기 불일치로 일어나는 조직내 갈등은 우려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부점장은 만 55세 생일 다음달부터, 팀원은 만 55세가 된 다음 해부터 임금피크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산별노조는 임금피크 진입시기를 현행보다 1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노조는 산별노조 합의대로 임금피크를 1년 연장하라는 입장이고 사측은 부점장과 팀원으로 이원화된 임금피크를 통합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다른 은행과 비교해보면 국민은행은 오히려 그간 좋은 혜택을 받아왔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모두 임금피크가 만 55세에 적용되고 있다. 국민은행 팀원급 직원 입장에선 1년가량 임금피크가 늦게 도입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도 기득권은 절대 놓지 않겠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이 파업에 들어가는 동안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모두 임금피크 진입시기를 1년 연장하는데 합의했다. 임금피크 도입시기가 직급에 따라 차이나지도 않는다. 노사간 갈등도 없었다.

파국의 길의 끝은 낭떠러지다. 지난 4일 국민은행 경영진 54명은 허 행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실제로 파업이 강행된만큼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잠실학생체육관에 모인 노조는 출구를 봉쇄하며 지지세력을 집결시켰지만 사회와 고립된 그들만의 파업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체육관 밖에선 평균 연봉 9100만원을 받는 노조가 성과급을 더 받겠다고 파업에 나섰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노조는 3월까지 5차례에 걸쳐 추가 파업을 예고했다. 이중화된 임금체계에 국민은행은 둘로 쪼개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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