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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vs"억울"…산은 스튜어드십코드 엇갈린 평가

  • 2019.07.22(월) 17:47

산은, 위탁운용사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장려
산은 '사후 관리' 평가는 엇갈려
"위탁운용사 장려하면서 산은은 가입안해 모순"

KDB산업은행이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가입을 유도하는데 기여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사후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은은 2017년부터 펀드 위탁운용사 선정때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하면 2점, 참여 예정인 기관투자자들에 1점의 가산점을 주고 있다. 이 덕분에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위탁운용사 선정 뒤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자신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하지 않은 채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가입을 장려하는 것이 '자기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사모펀드(PEF)운용사 특성상 경영사항을 외부에 공시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위탁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지킬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 가산점의 힘

산은은 공적 금융기관 중에서 가장 먼저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2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운영하는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홈페이지(sc.cgs.or.kr)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기관투자자는 104곳이다. 이중 PEF운용사 32곳, 벤처캐피탈 18곳 등 50곳이 산은의 위탁운용사다. 업계는 이 50곳이 가산점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약속한 기관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예정 기관투자자 29곳 중 27곳이 산은의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기관투자자들이다.

올해 4월 산은이 선정한 1차 성장지원펀드 위탁운용사 선정기관 11곳 중 9곳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하지 않고 산은의 위탁운용사에 선정되기 힘든 상황인 셈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시기를 보면 산은의 위탁운용사 선정 공고가 날 즈음에 참여 예정기관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며 "산은이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공시 안해" VS "공시 못해" 

문제는 사후 관리다.

가산점을 받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기관투자자들이 위탁운용사에 선정된 뒤에는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으로 가산점을 받고 산은의 위탁운용사에 선정된 77곳의 기관투자자 대부분은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 내역을 공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종오 사무국장은 "산은의 위탁운용사에 선정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PEF운용사와 벤처캐피탈 등은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 내역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며 "가산점을 받고 공적자금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만큼 스튜어드십 코드를 지켜야 하지만 현재는 이 기관투자자들의 활동을 점검할 곳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공시 의무는 없지만 스튜어드십 코드가 자발적인 참여 의지인 만큼 기관투자자가 자발적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산은은 PEF 특성상 운용사가 스튜어드십 코드 활용 내역을 외부에 공시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사모펀드 특성상 의결권 행사 내역 등은 투자자(LP)들에게만 알려줘야 한다"며 "외부에 공개하기 위해선 모든 LP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튜어드십 코드 정신이 투자자를 보호하고 경영에 적극 참여하자는 것인데 사모펀드는 그 자체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며 "사모펀드 규약에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을 반영하고 사모펀드 정기총회를 통해 경영상태를 보고하고 있다.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것은 오해"라고 덧붙였다.

◇ "가입 약속 안 지켰다" VS "다 가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을 조건으로 가산점을 받은 기관투자자들이 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먹튀'도 문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스튜어드십코드 참여예정기관으로 등록한 29개 기관투자자 중 22곳이 도입시기를 지키지 않고 있다. 특히 씨앤케이인베트스트먼트, 원아시아파트너스, 코리아오메가투자금융,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아이로보투자자문, 유티씨인베스트먼트, 캐피탈원, 대성창업투자, 에스티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 패스파인더에이치 등 10곳은 1차례 이상 도입을 미루고 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기관투자자가 펀드를 결성하는데 6개월 가량 걸리는데, 이 기간에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예정사에게 가입하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관리하고 있다"며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을 약속하고 가산점을 받고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곳 중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하지 않은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4월에 선정된 위탁운용사들도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은은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스튜어드십코드 가입 약속을 지키지 않는 위탁운영사에 대해선 관리 보수를 삭감하거나 향후 선정 평가 때 감점하는 방식이다.

이런 가운데 산은 자신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하지 않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은행 가운데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곳은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두곳 뿐이다.

이종오 사무국장은 "산은은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코드 가입을 장려하고 있지만 산은 스스로는 아직 가입하지 않고 있다"며 "남들은 하라 하면서 자기는 하지 않는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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