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스튜어드십코드와 관련, 상당한 파장을 몰고온 보고서 한편이 나왔다.
스튜어드십코드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기관투자자들의 '체리피킹'(Cherry picking: 좋은 것만 골라서 찾아다니는 행위를 뜻하는 경제용어) 의혹이 있다고 비판한 내용이었다.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지 2년이 흐른 당시만 해도 가입기관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연착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던 무렵이었다.
보고서에서 지적한 체리피킹 내용은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코드 가입의향서를 제출하고 산업은행의 자금위탁사 선정때 가산점(스튜어드십코드 가입시 2점, 가입의향서 제출시 1점)을 받은 뒤 실제로는 약속한 기한을 넘어서까지 코드에 가입하지 않았던 것.
스튜어드십코드 연착륙 여부가 단지 가입기관 숫자로만 판단하는 게 아니라 내실있는 활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환기시킨 전환점이 된 이 보고서는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과 동료들이 작성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사회책임투자(SRI) 활성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공동체 건설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영리법인으로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회를 주도적으로 조직해 활동중이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의 금고지기 선정시 은행들의 탈석탄 투자선언, 기존 석탄발전 투자금에 대한 단계적 투자철회 등을 평가지표로 추가하자는 이른바 '탈석탄 금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국내 은행 등 금융기관의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차원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실무책임자로 SRI 관련 연구는 물론 정책 개발과 국회 입법 지원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종오 사무국장은 다음달 10일 열리는 비즈니스워치세미나 '스튜어드십코드 읽기' 주제 발표자로 나선다.
이 사무국장이 발표할 주제는 '스튜어드십코드 연착륙을 위한 제언'이다.
그는 세미나에 앞서 진행한 사전인터뷰에서 "스튜어드십코드를 먼저 도입한 나라들도 하나같이 갈등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시장과 대중의 수용성이 높아졌다"면서 "우리나라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3년이 지나면서 주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특히 지난해 국민연금이 가입하면서 실질적인 코드 도입 원년을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이 사무국장은 그러나 "현재 기관투자자 100곳이 가입했고 올해 안으로 사학연금·공무원연금까지 가입하면 양적으론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지만, 질적 성장은 여전히 과제"라며 "가입기관 중에는 여전히 '체리피커'적 성격의 기관투자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스튜어드십코드 가입의향서를 제출한 기관투자자들과 접촉해보면 '일단 가입은 했는데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자금과 연계해 일단 가입부터 하다보니 실무적 이행 능력은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튜어드십코드에 가입은 했지만 소극적으로 활동하면서 다른 기관투자자들이 얻어온 결과에 묻어가는 '무임승차' 문제, 스튜어드십 활동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비교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도 고민해봐야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면서 스튜어드십코드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장치를 모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영국 FRC(재무보고위원회)가 시행하고 있는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점검활동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은 스튜어드십코드 관리기구인 FRC의 권한을 높이는 입법절차를 고민하고, 일본은 초기 코드에서는 빠진 투자자 연대조항을 추가하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며 "먼저 코드를 도입한 영국과 일본이 지속적으로 제도를 점검·개선하는 것처럼 우리도 질적 성장을 위한 꾸준히 발전 방향을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오 사무국장은 다음달 10일 비즈니스워치세미나 '스튜어드십코드 읽기' 세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와 스튜어드십코드 가입 기관들의 활동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영국과 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선 스튜어드십코드를 어떻게 연착륙시켜왔고, 우리가 받아들일 시사점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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