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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 합병 발언 파장]下 불안한 산은의 무리수?

  • 2019.09.17(화) 14:31

은성수, 청문회때 '산은 증자 명분없다' 지적에 수긍
"개발은행 산은, 경제 발전할수록 입지 좁아져"
산은, 혁신성장·해외사업 등 강화 추진..수은과 마찰 우려

[산은-수은 합병 발언 파장]上 '사견'에 모두가 불편해졌다에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 산은 증자 급한데…은성수 "산은 과장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한국한국수출입은행과 합병' 발언이 나오면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미묘한 관계에 대한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은 위원장은 지난 9일 취임 전까지 수출입은행장을 맡았다. 산은 회장과 수은 행장이라는 비슷한 위치에 서 있던 두사람의 상하 관계가 명확해진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달 열린 은 위원장 청문회를 주목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은 위원장은 산은이 제시한 '적정'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에 대해 "산은이 과장했다"고 표현했다. 증자가 절실한 산은 입장에서 보면 '불편한 대화'가 오간 셈이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 : 산은의 BIS 비율이 15%, 바젤Ⅲ 기준으로 하면 13%인데 이렇게 내려가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지요?
은성수 : 저도 수은행장을 했는데 제가 갖고 있던 기준은 10% 정도다. 베이스라인(10%)을 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인데 갑자기 15% 말씀하시니까 좀 많이…
김선동 : 제가 15%라는 넉넉한 수치를 드린 것은 산은에서 하는 얘기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은성수 : 산은이 조금 과장했던 부분이 있다. BIS 비율이 높다고 반드시 좋은 게 아니다. 높은 것은 일을 안 했다는 뜻도 될 수 있다.

이후 김 의원이 산은이 적정 BIS 비율을 이미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예산을 5300억원 요구하는 것에 대해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에 대해 은 위원장은 "예"라고 짧게 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정부에 증자를 요구하면서 BIS를 개선해야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데 은 위원장이 그에 대해 과장했다고 일축한 셈"이라며 "산은 입장에서 기분이 좋을 수만은 없다"고 해석했다.

◇ "입지 좁아진 산은 고육지책"

일각에선 이동걸 회장의 깜짝 발언이 국책금융기관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산은의 불안함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산은이 기존의 대기업 구조조정 업무에서 벗어나 해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데 해외 곳곳에 이미 진출한 수은과 겹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맡고 있는 개발은행은 한 국가가 개발단계에선 큰 의미를 가지지만 경제가 어느 정도 괘도에 올라서게 되면 그 기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며 "존재 의미가 약해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013년 무산된 민영화 작업이 산은의 고민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장도 산은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산은의 구조조정 기능을 시장에 매각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도 발표했다. 그는 최근 간담회에서 지난 7월 산은의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로 출범한 KDB인베스트먼트에 대해 "조속히 시장에 정착시켜 매각하겠다"고 말했다. 산은의 구조조정 기능을 시장에 매각하겠다는 얘기다.

산은에서 구조조정 기능을 떼어내고 나면 남은 것은 혁신기업 지원과 글로벌사업 등이다. 이 회장은 "산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혁신창업 지원 기능은 계속 강화해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산은의 글로벌 진출을 더 강화해 국제금융 경쟁력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산은이 해외시장으로 확대하려면 기존 수은과 업무 중복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 2006년 산은이 해외 자원개발 지원 계획을 담은 일명 '베이징 구상'을 발표하자 수은은 "산은이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성장, 운영자금, 인수합병 등 국내 사업만으로 산은의 미래 먹거리에 한계가 있다. 이런 고민에서 나온 고육지책이 산은과 수은의 합병카드로 보인다"며 "산은이 해외쪽으로 눈을 돌리고 인력을 많이 배치하고 있는데 수은과 충돌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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