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리점(GA)업계가 금융당국의 모집수수료 개편방안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보장성 보험상품의 사업비 개선 및 모집수수료 개편방안을 포함한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이 현재 입법예고 중으로 향후 규제개혁위원회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GA "고정비로 나가는 운용비 26% 별도 인정" 요구
보험대리점협회(GA협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모집수수료에 포함된 GA 운영비를 별도로 인정해 줘야한다고 주장하며 금융위원회에 보험업감독규정개정안의 보완을 요구했다.
금융위는 현재 최대 1700% 수준까지 지급하는 보장성보험 초년도 모집수수료를 특별수당(시책)을 포함해 1200%(연간 납입하는 보험료)로 제한하는 내용의 보험업감독규정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차익거래 계약 등 불건전영업 문제가 첫해 지급하는 과도한 선지급 모집수수료에 기인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GA업계는 "초년도 모집수수료를 1200%로 제한할 경우 보험사 소속 전속설계사는 1200%를 모두 지급받을 수 있는 반면 GA는 1200%에 임차료, 전산설비, 인건비 등 운영경비가 포함돼 전속설계사 대비 3분의 2수준 밖에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TM대리점, 홈쇼핑 등 비대면채널 보험대리점의 경우 음성녹음·보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게 제공하는 금액 등을 운영비로 인정해 초년도 수수료에서 제외하기로 해 판매채널 간 형평성에 부합되지 않는 불공정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GA협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아 개정안의 보완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지난 19일 금융위에 전달했다.
GA협회 관계자는 "GA규모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인건비, 전산설비, 인건비 등 고정비로 나가는 금액이 전체 모집수수료에서 평균 26.24%에 달한다"며 "당국이 GA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준법감시인 및 준법감시 지원조직 마련, 경영공시 등을 요구하고 있고 계속해서 건전성 제도가 강화되는 만큼 이같은 운용비를 별도로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국에서는 GA 초년도 수수료가 낮아지는 만큼 보험사가 전속설계사에게도 1200% 보다 낮은 수수료를 지급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삼성화재에서 이미 초년도 1200% 지급조건을 내건바 있다"며 "GA에서는 운용비용을 제외한 수수료만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GA 고위 관계자는 "운영비가 별도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 설계사들의 초년도 수수료가 줄어 연간 수익감소에 대한 우려가 크고 설계사 이탈 등으로 결국 GA산업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모집수수료 총량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분급을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GA 일부에서는 총액을 제한하고 초년도 운영비용을 인정해 주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단 초년도 수익감소를 줄이고 보험사와도 동등한 선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10월 4일 입법예고 끝나…규개위 결정에 '촉각'
GA업계는 금융위에 전달한 의견서를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에도 전달할 예정이다. 또 GA소속 설계사 7만7300여명으로부터 받은 모집수수료 개편안 반대 서명도 함께 제출할 계획이다.
과거 금융당국이 저축성보험 수수료 분급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규개위가 분급비중과 수수료 인하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1년 유예를 권고한바 있어 규개위 판단에 따라 희비가 새롭게 갈릴 수 있어서다. 규개위는 행정부처가 규제를 신설 또는 강화하려고할 때 규제에 따른 영향과 규제 대상·범위·방법의 타당성을 심사한다.
규개위는 당시 현재 GA가 우려하는 것과 같이 설계사 정착률과 보험계약유지율이 낮아 보험설계사 소득감소가 예상되는데다 시급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유예를 권고했다. 전체 보험설계사 규모가 40만명에 이르는 만큼 영향도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보험업계와 설계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시행할 의지를 밝혔으나 규개위 권고로 한발 물러섰다.
이번 개선안에서 GA 운용비가 별도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 전속설계사와 GA설계사들의 입장이 갈리는 만큼 40만명 모두에게 적용되지는 않지만 GA설계사 수가 전속설계사 수를 뛰어 넘어 21만명에 달하는 만큼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금융위는 입법예고 전 이미 이해당사자간 여러 협의를 거쳐 개산안을 만든 만큼 입법예고안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입법예고 전 이미 대부분 협의된 사항이기 때문에 (의견서 내용이 있다고 해도) 입법예고 된 개선안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건의사항이나 의견들에 대해 검토해 규개위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4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금융위는 자체심사와 법제처 사전검토 등의 절차를 걸쳐 규개위에 심사를 올리게 된다.
예비심사의 경우 일주일 정도면 결과가 나오지만 중요안건으로 결정돼 본심사로 넘어갈 경우 대면심사로 이뤄지기 때문에 심사일정을 잡는데만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 연내 규개위 심사가 마무리 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규개위에 해당 안건이 접수됐고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안이어서 관련 내용이 중요안건으로 분리될 가능성은 크다.
GA협회 관계자는 "입법예고 전이지만 규개위에서도 해당 내용에 대해 관심을 갖고 미리 해당 내용(의견서)을 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조만간 규개위에 의견서와 반대서명 결과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선지급→분급화' 취지 퇴색…'소비자보호'는 뒷전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개선안의 본 취지가 이미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이번 개편안 추진 배경으로 '보험소비자 보호'라는 대 명제를 내걸고, 보험사를 비롯해 GA업계에서도 '결국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소비자보호를 위한 모습보다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GA업계는 줄어드는 초년도 모집수수료를 높이는데 전력을 쏟고 있고, 자본확충 요구 및 수익감소를 겪고 있는 보험사들은 비용을 줄이는데 촉각이 곤두서있다.
GA업계가 운영비 별도 인정과 더불어 '이익수수료' 규정 삭제를 반대하고 이를 활성화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보험사가 이를 반대하는 것도 이 같은 이치다.
이익수수료는 GA가 양질의 계약을 모집하고 유지관리를 통해 보험사 이익이 발생했을 때 그 성과를 GA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보험업감독규정에는 GA가 모집한 계약에서 이익이 발생한 경우 보험사가 일반적으로 지급하는 수수료 이외에 지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보험사들은 GA가 차후 줄어드는 모집수수료를 보완하기 위한 근거로 악용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며, GA업계는 양질의 계약과 유지·관리를 통해 이익을 나눌 경우 불건전 영업을 막고 GA와 보험업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제도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익수수료는 거의 지급된 바가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다. 이익에서 GA의 성과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기준도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익수수료 제도에 대한 GA의 주장도 일부 타당하지만 지급까지 지급된바 없이 모집수수료에 모두 포함돼 지급됐던 만큼 새롭게 이익수수료가 반영될 경우 추가적으로 수수료가 늘어나 보험료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이 모집수수료를 분급화 하는 것을 선택사항으로 두고 수수료 총량도 제한하지 않아 사실상 수수료 선지급 문제해결의 열쇠인 분급화 동력이 낮아졌다"며 "개편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보험사와 GA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내용이 자꾸만 바뀌어 정작 소비자보호를 위해 추진하려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