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주요 금융지주들의 실적은 '비이자이익'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신한,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가시적인 실적 증가세를 보였지만 KB, 하나, 우리금융지주의 실적은 줄거나 둔화됐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신한금융은 9816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순익을 냈다. 뒤를 이어 KB금융 9407억원, 하나금융 8360억원, 우리금융 5340억원, 농협금융 3966억원 순이었다.
3분기 실적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비이자이익으로 분석된다. 비이자이익을 가시적으로 끌어올린 금융지주는 실적이 증가했지만, 그렇지 못한 금융지주의 경우 실적이 줄거나 제자리걸음을 하는데 그쳤다.
◇ 금융지주 순익, 신한·농협 '호전'-KB·하나·우리 '횡보'
신한금융의 3분기 순익은 전년동기 대비 15% 증가했고 하나금융지주는 39%, 농협금융은 60% 늘었다. 반면 KB금융은 1.3% 줄었고 우리금융은 10% 감소했다.
다만 하나금융은 옛 외환은행 명동 본점사옥 매각금액 4477억원 등 거액의 일회성 요인이 반영됐다. 이를 제외한 경상이익은 지난해 3분기에 비해 1000억원 가량 줄었다.
반대로 우리금융은 지난해 3분기 실적에 금호타이어와 STX조선 충당금 환입액 3100억원 가량이 반영됐다. 올해 역시 1500억원 가량의 일회성 비용이 포함됐지만, 이를 제외한 경상이익의 경우 1000억원 가량 늘었다.
결과적으로 신한, 우리, 농협금융의 경우 핵심 영업활동의 수익 기여도가 높아진 반면 KB, 하나의 경우 핵심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이 줄었다.
◇ 금융지주 실적. 비이자이익 영향 컸다
금융지주의 영업이익 중 핵심은 이자이익인데, 5대 금융지주는 이자이익이 줄거나 증가세가 둔화됐다.
올해 3분기 KB금융의 이자이익은 2조319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3% 증가했고 하나금융의 이자이익은 1조4588억원으로 2.2% 늘었다. 우리금융의 이자이익은 1조4860억원으로 3% 가량 늘었다.
신한금융과 농협금융의 경우 오히려 이자이익이 지난해 3분기에 비해 줄어들었다. 신한금융의 올 3분기 이자이익은 2조27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6% 줄었고 농협금융도 1.2% 줄어든 1조9947억원의 이자이익을 냈다.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의 이자이익이 2~3%가량 증가했지만 그동안 5~8%가량의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둔화됐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한 영향에 이자이익 성장세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지난 7월1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1.50%로 결정했고 10월16일에도역대 최저 수준인 1.25%로 인하했다.
이자이익 증가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가시적인 실적 증가를 보인 금융지주는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한금융의 올해 3분기 비이자이익은 8369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216% 늘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3분기 2147억원 손실에서 올해 3분기에는 1095억원 손실로 손실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KB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비이자이익을 늘렸지만 소폭 개선에 그쳤다. 올해 3분기 KB금융의 비이자 이익은 57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증가했고 우리금융의 비이자이익은 3%가량 늘었다.
하나금융의 경우 올해 3분기 비이자이익 596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보다 5.9%나 줄었다.
이처럼 비이자이익이 금융지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신한금융의 경우 이자이익이 KB금융보다 적었지만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비이자이익을 올려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당기순익을 냈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지난 10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국내 기준금리 인하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이자이익의 증가세는 더욱 둔화될 것이기 때문에 향후 금융지주들의 미래는 비이자이익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비이자이익, 끌어올리는데 한계" 고민
비이자이익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지만 금융지주들이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이자이익은 금융지주 계열사 중 은행과 증권사에서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주식시장 부진으로 증권사들의 주요 비이자이익원인 증권대행 수수료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있었던 DLF사태 여파로 은행의 펀드 판매에 제약이 가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험사들은 업황 부진으로 고전 중이다. 보장성보험 판매위주의 전략을 세웠던 보험사들이 책임준비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나고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들은 M&A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중이다.
신한금융의 올해 3분기 실적 증가세가 뚜렷했던 것에는 올해 새 가족이 된 오렌지라이프가 381억원, 아시아신탁이 51억원의 순익을 안겨준 영향이 컸다.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이 없었더라면 3분기 가장 많은 이익을 낸 곳은 KB금융지주로 바뀌게 된다.
업계에서는 M&A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등 신중하게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규제강화에 초점을 맞춘 금융당국이 규제완화를 통한 금융산업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은데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며 "시장 친화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