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이 예대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9월 기준 금융당국 예대율 기준인 100% 이하로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적용되는 신(新) 예대율을 적용할 경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국민은행은 신 예대율이 102% 안팎으로 4대 시중은행중 가장 높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신 예대율을 대비하기 위해 은행들이 정기예금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지난 3분기 기준 정기예금 증가율은 국민은행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 중 신 예대율이 가장 높은 곳이 정기예금 증가율은 가장 낮은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예대율은 하나은행 97.6%, 신한은행 96.4%, 국민은행 95.7%, 우리은행 95% 등이다. 예대율은 예수금 대비 대출금의 비율로, 은행의 유동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재 금융당국은 예대율이 100% 이하로 유지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현재 4대 은행은 예대율 기준을 맞추고 있지만 2020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내년부터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의 가중치는 15%p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15%p 낮추는 신 예대율이 적용되면서다.
신 예대율 기준을 적용하면 지난 9월 기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101.5%), 신한은행(100%)이 금융당국 규제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99.3%)은 신 예대율을 적용해도 적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신 예대율을 적용하면 3~4%p 가량 예대율이 높아지는 셈이다.
국민은행은 신 예대율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2019년 3분기 경영실적' 보고서를 보면 102%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은행은 신 예대율 적용시 가중치가 높아지는 가계대출이 많아 신 예대율에 가장 불리한 상황이다.
김기환 KB금융 부사장(CFO)은 최근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KB는 가계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신 예대율 규제에 대응한 조달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신 예대율은 하반기 들어 빠른 속도로 하락해 9월말 현재 규제비율 100%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올 4분기 신 예대율을 99.5%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기예금 증대, 안심전환대출 유동화, 커버드본드 발행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커버드본드는 원화예수금의 1%, 약 2조6000억원까지 예수금으로 인정되는데 국민은행은 지난 5월 이후 총 2조1000억원을 조달했다"며 "올해 약 5000억원 가량을 추가로 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이 '정기예금 증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지난 3분기 정기예금 증가 추세를 보면 국민은행의 성적이 가장 떨어졌다.
지난 3분기 우리은행의 정기예금은 128조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8.7%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116조원으로 8.8%, 하나은행은 130조원으로 8% 각각 증가했다. 반면 국민은행의 3분기 정기예금은 131조원으로 증가율은 2.9%에 머물렀다.
전분기대비 기준으로 봐도 국민은행의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지난 3분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정기예금은 전분기보다 각각 6%, 5.1% 증가했다. 반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0.5%, 0.1% 각각 감소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 10월 정기예금이 전월보다 4조9335억원(3.8%) 늘었다"며 "연말까지 목표치인 99.5%(신 예대율 기준)를 맞추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