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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뱅킹 전면시행, 누구에게 기회일까" 설왕설래

  • 2019.12.19(목) 17:39

은행 "수익성 악화, 핀테크기업만 수혜"
핀테크기업 "오픈뱅킹으로 인한 수혜는 한정적"
"오픈뱅킹 성패, 데이터3법 통과·결제기능에 달려"

지난 18일 하나의 은행‧핀테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16개 은행의 모든 계좌조회와 송금이 가능한 오픈뱅킹 서비스가 전면 시행된 가운데 서비스 주요 제공자인 은행과 핀테크기업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은행업계는 오픈뱅킹으로 인해 핀테크기업만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반면 핀테크기업은 오히려 은행의 금융플랫폼 시장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 은행업계 "대형 핀테크에 수혜…은행은 수익성 걱정"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오픈뱅킹서비스가 전면 실시됨에 따라 은행은 플랫폼으로서의 뱅킹으로 전환해 플랫폼금융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은행업계에서는 오픈뱅킹서비스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것은 대형 핀테크기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은행은 오픈뱅킹서비스 시행으로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핀테크기업은 고객이 해당 기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이체 등을 할 경우 은행은 '펌뱅킹' 방식 혹은 이체 API를 제공하며 건당 500~600원 가량의 수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날 오픈뱅킹이 시작되면서 핀테크기업은 금융결제원이 제공하는 API를 사용하면 계좌조회 및 이체 과정에서 받아왔던 수수료가 최대 90% 줄어든다.

은행 관계자는 "수수료가 90%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이에 따른 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에서는 참여하는 핀테크기업이 많아질수록 은행도 수수료 부분에서 큰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 하지만 그간의 수준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간편송금 핀테크기업인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영업수익이 548억원 수준이었는데, 수수료 비용으로만 616억원을 썼다.

토스 관계자 역시 "오픈뱅킹 시작으로 인해 얼마나 수수료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이로 인해 수수료 부담은 줄어들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현 시점에서 은행이 앞서나가는 부분은 은행의 모든 계좌를 일괄적으로 불러 올 수 있는 '어카운트 인포' 기능이 은행 모바일 앱에만 적용됐다는 부분이다.

현재 은행 모바일 앱은 금융결제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계좌통합관리 서비스인 '어카운트 인포'가 연계돼 본인명의 휴대폰 인증 이후에는 16개 은행(카카오뱅크, 씨티은행 제외)의 모든 계좌를 한번에 등록이 가능하다.

반면 핀테크기업의 경우 은행별 계좌를 인터넷뱅킹 아이디 등을 통해 은행별로 각각 등록하거나 공인인증서를 활용해 등록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핀테크기업들은 '어카운트 인포' 기능을 연계할 수 없어서다.

◇ 핀테크기업 "핀테크기업만 수혜는 확대해석"

반면 핀테크 기업은 오픈뱅킹으로 인해 사용 수수료는 낮아졌지만 핀테크기업만 수혜를 입는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핀테크기업 관계자는 "오픈뱅킹이라고는 하지만 금융결제원에서 제공하는 6개 API에 대해서 저렴하게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라며 "금융결제원에서 제공하는 API가 사업과 관련이 없다면 오픈뱅킹으로 인해 수혜를 보는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토스, 카카오페이, 핀크, 뱅크샐러드 등 대표적인 핀테크기업들은 현재 고객의 계좌정보를 연동할 때 기존에 사용했던 스크래핑 방식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거나 스크래핑 방식과 오픈뱅킹 서비스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는 API를 취사 선택해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현재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잔액조회 같은 경우 기존 비용이 10원이었고 금융결제원에서 제공하는 API를 사용할 경우에도 대형사는 10원, 중소형사는 5원을 부담한다"며 "출금이나 입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기업이라면 굳이 오픈뱅킹 서비스 시작을 통해 제공되는 API를 활용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말하면 할인율이 큰 계좌이체 기능을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만 득을 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오픈뱅킹 서비스 참여기관인 뱅크샐러드만 하더라도 금융당국이 그간 홍보해온 것과 달리 이체 등의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뱅크샐러드는 자산관리플랫폼이니 만큼 이에 집중할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은행은 계좌를 한번에 불러올 수 도 있을 뿐만 아니라 환전, 자산관리 등 오픈뱅킹을 통한 핵심 사업 부문에 있어서 핀테크기업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지녔다"며 "오히려 타행의 계좌도 한번에 조회할 수 있는 만큼 은행에게 더 큰 기회가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오픈뱅킹, 성패는 어디서 갈릴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오픈뱅킹 전면 시행이후 디지털금융 시장 판도는 "혁신성, 편의성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업계에서는 이미 은행과 핀테크기업 애플리케이션 모두 편의성은 갖추고 있으며 혁신적이라 불릴 만한 서비스는 나오기 힘든 환경이라고 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오픈뱅킹 서비스로 인해 등장할 것으로 예고한 서비스들은 사실상 비슷한 형태로 모두 출시돼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업계가 늘 그러하듯 한 회사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 모두가 비슷한 서비스를 모바일 앱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른바 데이터3법이 통과되지 않는 이상 혁신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사실상 계좌정보, 이체정보만 쓸 수 있는 것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사업은 한정적이다. 결국 이종업종의 데이터도 확보하고 이를 융합해 쓸 수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는 이상 오픈뱅킹을 통한 혁신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는 데이터3법은 통과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데이터3법의 통과 이전에는 간편 결제기능을 갖춘 플랫폼 사업자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통합금융플랫폼은 자산조회, 이체, 관리에 결제 기능까지 더해져야만 통합 금융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부분에서 가장 앞설 것으로 보이는 오픈뱅킹 참여기업은 카카오페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 현재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대형 핀테크기업은 카카오페이, 토스, 핀크 등이다. 이중 모바일 앱에서 간편결제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카카오페이 뿐이다.

이 외 핀테크 기업과 은행들은 모든 은행의 계좌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체크카드 출시 등의 방식을 통해 결제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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