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무한경쟁의 신호탄인 오픈뱅킹에서 신한은행이 두각을 나타냈다. 오픈뱅킹에 등록한 고객이 반년새 100만명 이상 늘었고 신한은행으로 유입된 건수가 유출된 건수의 2배가 넘었다.
금융위원회·금융결제원·금융연구원은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오픈뱅킹 도입성과와 발전방향' 세미나를 열었다.
오픈뱅킹은 여러 은행에 흩어져있는 자신의 계좌를 하나의 앱이나 웹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가령 A·B·C 은행에 각각 계좌가 있는 고객이 A은행에서 오픈뱅킹에 가입하면 B·C 은행 계좌를 불러와 마치 A은행 계좌인 것처럼 활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A은행이 B·C 은행을 통째로 포획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워낙 민감한 수치라 오픈뱅킹과 관련한 각사별 점유율은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날 세미나에선 오픈뱅킹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몇몇 의미있는 지표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연구센터장이 금융결제원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국내 18개 은행의 오픈뱅킹 가입자(등록자)는 총 851만명이다. 등록계좌수는 2371만개다.
이 가운데 상위 2개 은행으로 순유입된 금액(지난 4월말 기준)은 각각 1조2000억원, 5500억원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6개 은행은 순유입이 미미하거나 오픈뱅킹 시행으로 자금이 빠져나갔다. 서 센터장은 "앱 유용성이나 마케팅 전략에 따라 자금흐름이 좌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센터장은 상위 2개 은행명을 공개하진 않았다. 금융권에선 신한은행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임수한 신한은행 디지털사업부장에 따르면 이 은행의 오픈뱅킹 가입자는 지난해 12월말 96만명에서 올해 6월말에는 202만명으로 늘었다. 신한은행 앱인 '쏠(SOL)'에서 오픈뱅킹을 사용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8.9%에서 17.1%로 증가했다.
특히 오픈뱅킹으로 유입된 거래는 425만건으로 유출된 건수(206만건)에 비해 갑절이나 많았다. 다른 은행으로 빠져나가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객을 확보했다는 걸 시사한다.
고객의 충성도 역시 뛰어났다. 일정자산을 보유했거나 꾸준히 거래하는 활동성 고객비중이 80%로 다른 은행(63%)보다 높게 나타났다. 신한은행에서 가입한 고객이 더욱 적극적으로 오픈뱅킹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신한은행은 출금계좌를 꾹 눌러 입금계좌로 드래그(끌어오기)하면 비밀번호 입력없이 간단하게 이체할 수 있는 '꾹이체', 앱에 로그인 하지 않고도 휴대폰 바탕화면에서 이체를 할 수 있는 '바로이체' 등으로 오픈뱅킹의 차별화를 꾀했다.
임 부장은 "쏠 초기화면에서 대표회사를 다른 은행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신한 계좌와 다른 은행 계좌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표출하는 등 오픈뱅킹 시대에 쏠이 종합금융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