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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뱅킹 중간점검]대가 없이 안방 내준 은행들

  • 2020.07.10(금) 14:48

오픈뱅킹 반년…경제인구의 72% 가입
은행은 주기만 하고 정작 받는 건 없어

4000만 명.

지난해 12월 시작한 오픈뱅킹 가입자 수다. 중복 가입자를 제외하더라도 2032만 명에 달해 국내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72%가 가입한 셈이다.

오픈뱅킹이 흥행에 성공한 비결은 편리함이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은행‧핀테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18개 전체 은행 계좌를 조회하고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편리한 금융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와중에 오픈뱅킹이 이를 충족해 줬다는 평가다.

다만 은행들은 씁쓸하기만 하다. 오픈뱅킹이 다른 은행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이긴 하지만 핀테크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여서 아무런 대가 없이 안방을 내주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 금융소비자는 편리함을 쫓았다 

지난해 12월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한 오픈뱅킹이 단시일 내에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적극적인 마케팅의 영향도 있었지만 '편리함'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자주 사용하는 모바일 앱에서 전 은행의 기본적인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편리함이 오픈뱅킹이 흥행한 주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은 물론 핀테크 기업과 연구기관, 정부 역시 오픈뱅킹이 가진 편리함이 출범 초기 대흥행의 밑거름이 됐다고 보고 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6일 '오픈뱅킹 세미나'에서 "이용자의 71.5%가 서비스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또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오픈뱅킹으로 소비자들이 하나의 앱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금융생활 편의성과 선택권이 개선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 오픈뱅킹 흥행 속 씁쓸한 은행 

오픈뱅킹이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은행들의 속내가 편하지만은 않다. 오픈뱅킹에 참여한 핀테크 기업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을 내줄 수밖에 없어서다.

우선 핀테크 기업에서 받을 수 있는 수수료가 줄었다. 오픈뱅킹 이전 핀테크 기업은 고객이 한 건씩 이체할 때마다 은행에 500~600원가량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하지만 오픈뱅킹 도입 후 이 수수료는 건당 20~50원으로 확 줄었다. 금융당국이 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수수료 인하를 결정하면서다.

실제로 올해 6월까지 은행권이 고객 계좌정보를 표준화해 개방한 API를 핀테크 기업들이 활용한 건 수는 3억 5610만 건에 달한다. 이중 82.5%가 출금이체였다. 과거 방식이었다면 은행권의 수수료 수입은 78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오픈뱅킹 도입으로 수수료가 종전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수입은 170억원 내외로 급감했다. 

고객이 동의만 하면 고객의 계좌정보가 담긴 API도 제공하다 보니 '눈 뜨고 코 베인 격'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오는 모양새다.

은행 디지털 부서 관계자는 “은행들은 오픈뱅킹을 통해 핀테크 기업들에 조회와 이체 관련 API를 저렴하게 제공하지만 받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면서 "일부 대형 핀테크 기업의 경우 충전금 형태로 일종의 수신기능까지 겸비하고 있는데 은행은 그 정보를 받아올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오픈뱅킹은 은행과 핀테크 기업 간 쌍방향 정보 교류를 통한 금융서비스 질 향상을 추구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핀테크 기업들만 수혜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 역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은행권 일각에선 기존 오픈뱅킹의 방향성 자체가 핀테크 기업에 지나치게 기울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장 지난 6일 오픈뱅킹 세미나에서 신한은행은 "증권과 보험, 핀테크 사 등 의무정보 제공 기관의 확대가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KB국민은행도 "오픈뱅킹 가치를 더욱 높이려면 오픈뱅킹 범위를 핀테크의 충전금 조회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은행들이 윈윈 효과를 누리려면 핀테크 기업들의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창구를 열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나아가 미래에셋대우는 일부 핀테크 기업의 기업가치가 제도권 금융회사를 넘어서고 있는 만큼 공정한 게임룰을 새롭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기업들 역시 오픈뱅킹 운영에 필요한 비용과 노력을 분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은 물론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모두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더욱 많은 시장참여자가 생기면서 금융산업의 발전과 함께 대형 금융회사의 독과점을 막는다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지금은 지나치게 핀테크 기업 위주로 흘러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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