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워진 기업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올해 경영환경에 대한 근심도 커지고 있다.
수출감소와 내수침체가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금융의 잠재적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금리 하락으로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여러 사업에 악영향을 받아 예상보다 수익성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 코로나19 경제 영향 가시권
26일 오전 9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977명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다.
주말 확진자가 폭증하기 이전인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일 평균 수출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9.3% 감소했다. 이후 주말 확진자가 폭증하자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에서 출발한 항공기와 선박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 감소폭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내수 또한 소비심리 위축,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항공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사람은(내·외국인 포함)158만2641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257만2305명에 비해 98만9664명, 38.4% 크게 감소했다.
서울 명동에서 만난 한 상인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주말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번화가를 찾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역시 짧게는 올해 상반기, 길게는 올해 전체 국내 경기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메르스의 종식 기간을 감안해 올 2분기 까지 관련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가정하면 올해 상반기 비금융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4.9% 감소하며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연구원 역시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한국 경제의 수출과 내수 동반 타격이 우려된다"며 "항공, 운수, 서비스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 하다"고 분석했다.
◇ 은행, 코로나19 수익에 악영향 우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왔다. 코로나19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대출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파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에 연체율과 충당금 적립에 대해서는 단언할 수 없다"면서도 "중소기업 대출 등 기업대출은 가계대출에 비해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어 유심히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12뭘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부문별 연체율을 보면 기업대출 연체율이 0.45%로 가계대출 연체율 0.26%보다 0.19%포인트 이상 높다.
은행들은 코로나19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만기연장‧금리우대 등 긴급자금을 지원해 피해 기업과 소상공인을 돕고 대출의 부실을 최소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출 부실이 이연되면서 은행도 단기적으로 건전성 관리를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면 은행 리스크 관리도 어려워질 수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라도 기업들의 회복이 더디면 부실 가능성이 있는 대출, 즉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며 "은행 수익성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한은 기준금리 결정에도 촉각
은행의 또 다른 고민은 금리 인하다. 오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가 예정돼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는 '기준금리 동결'과 '인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현 기준금리는 연 1.25%수준이다
금통위가 코로나19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은행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금리가 하락하면 핵심수익원인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든게 된다. 실제 지난해 한국은행이 두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리자 은행들의 NIM은 모두 하락했다.
은행 관계자는 "2015년 메르스 당시 한은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는 점, 또 지난해 연말부터 한은이 올해 한차례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 경우 1분기부터 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사태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정도 확산이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지표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문제는 이 발언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정부의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은행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추운 한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