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저축은행중앙회에 맡겨놓은 여유자금인 일반예탁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7년 말 2조원이 채 안됐는데 현재는 5조원에 달하고 있다. 불과 2년만에 3배 가까이 불어났다. 금융당국이 신설한 예대율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예금을 늘렸지만 자금을 굴릴 대출처가 마땅치 않아서다.
지난해 말 기준 유진저축은행이 저축은행중앙회에 예치한 일반예탁금은 3450억원 규모다. 전년 460억원에서 8배 가까이 확대한 수준이다. 저축은행이 중앙회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지급준비예탁금과 달리 일반예탁금은 저축은행이 여유자금 운용을 중앙회에 맡기고 수시로 되찾을 수 있는 단기자금이다.
지난해 말 유진저축은행의 예수부채는 2조4663억원이다.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수신액이 전년 수준에서 약 4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시기 대출채권 규모는 2조3197억원으로 예수부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설정한 저축은행 예대율 한계치에 근접했다.
예대율은 전체 예적금에서 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저축은행 예대율 기준을 마련하고 올해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직전분기 말 대출잔액이 1000억원 이상인 저축은행이 대상으로 올해 예대율 한도는 110%, 내년 한도는 100%다. 연 금리 20% 이상 고금리 대출에는 가중치가 부여되고 정책자금 대출은 산정 과정에서 빠진다.
즉 저축은행이 자체적으로 신규 대출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예금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예수부채가 전년 대비 4000억원 증가한 유진저축은행에 예대율 규제를 단순 적용해 신규 대출 총량을 단순 계산하면 2조7130억원 가량이 된다. 새롭게 일으킬 수 있는 대출 한도는 여기에서 예수부채를 차감한 3930억원 가량이다.
문제는 예수부채를 확대한 만큼 신규 대출을 일으켜야 하는데 대출처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운영하고 있어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기업대출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 유진저축은행의 대출 고객은 주로 개인이다. 작년 말 전체 대출채권에서 개인과 기업 비중은 57:43 정도다.
유진저축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출을 일으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면서 "작년 말에 확보한 수신액에 대비해 대출액을 확대하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목표 달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로 퇴직연금을 통해 끌어온 자금을 밖으로 돌리기 마땅치 않아 중앙회에 예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탁금 확대 추이는 유진저축은행 이외의 저축은행 업계 전체에서 관찰된다. 31일 현재까지 실적이 공시한 29개 저축은행 중 8곳을 제외한 21곳이 예탁금 규모를 확대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2018년 말 20억원 규모였던 예탁금을 작년 말 3250억원으로 160배 이상 확대하며 가장 큰 확대폭을 기록했다.
저축은행이 중앙회에 일반예탁금으로 맡기면 중앙회는 이를 국공채와 예·적금 등에 투자해 운용한다. 예탁금 자체가 저축은행이 예금을 대출로 전환하고 남은 부채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원리금 손실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단기 자금으로 맡기는 경우가 많아 지난해 연 수익율은 2% 안팎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다른 투자처를 찾으려고 해도 한계가 따른다. 현행법이 증권 및 부동산 자산 보유 제한을 두고 있는 데다 중소형사의 경우 운용 인력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예탁금을 한데 끌어모아 운용하는 것이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도 유리하다. 일반예탁금 규모는 현재 5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말 2조원이 채 안 됐었는데 불과 2년만에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수익률이 낮은 중앙회 일반예탁금에 의존하기보다 새롭게 대출처를 늘리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한다. 저축은행 자산규모 1위인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43.7%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 일반예탁금을 전년 동기 수준에서 900억원 줄여 3900억원으로 유지했다. 같은 기간 자산규모 7위 JT친애저축은행 일반예탁금은 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00억원 줄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한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기존 사업 확대를 확대해 수익처를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대부분 가계 신용대출 확보에 주력해 온 저축은행업계가 기업 대출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짧은 시간에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