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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지원 어디까지 해야하나'…시중은행 고심

  • 2020.04.24(금) 15:03

정부, 7대기간산업 지원책 내놓으며 은행 참여 독려
취지 이해하지만 건전성 관리 우려
지원 범위·방법 놓고 고민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위태로운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 지원에도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정부 재정만으로는 지원에 한계가 있다며 시중은행에도 지원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주요 산업의 위기를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건전성 악화에 대한 부담을 고민하고 있다.

◇ 금융당국, 시중은행에 대기업 지원 동참 주문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항공 ▲자동차 ▲선박 ▲조선 ▲일반기계 ▲전력 ▲통신 등 7대 기간산업에 대해 40조원이 넘는 규모의 자금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7대 기간산업을 대표하는 회사들이 대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금융당국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바탕으로 이러한 지원방안을 구체화 하고 있다. 이들 국책은행은 직접 대출 뿐만 아니라 각종 채권 매입, 펀드 출자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으로 보인다. 국가의 재원만으로는 모든 기업을 지원하기 힘든 만큼 민간 기업인 시중은행에게도 자금 지원을 사실상 주문하고 있어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주재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의 경우 은행의 접근성이 높으니 1차적으로 은행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나아가 23일에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시중은행 부행장들과 직접 만나 적극적인 자금 공급을 주문했다.

손병두 부위원장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 주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마련해 금융권의 실물경제 지원 여력이 크게 확대돼 자금공급 여력이 증가한 만큼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자금 공급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은행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주문한 '적극적 자금 공급'이 일반적인 대출 취급 외에도 올해 중 만기가 도래 하는 대출채권 상환 유예, 대출금리 인하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규제를 완화해준 만큼 시중은행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명분은 섰다"며 "다만 단순 대출 뿐만 아니라 장기적이며 다각도로 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고민해 달라는 의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유동성 지원인 대출과 장기적으로 회사가 정상화 될 때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등의 상환 유예 등이 포함된다고 본다. 비올때 우산을 뺏지 말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 안할 수도 없고…고민 큰 시중은행 

시중은행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자금 공급 여력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규제완화로 인해 은행의 자금 공급 여력이 최대 394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이와 동시에 국내 기간산업 중 일부 산업은 크게 무너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일부 회사의 경우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은행들은 이미 이러한 경험을 했다. 2016년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한창 일 당시 농협은행은 대우조선해양, STX대출채권에서 부실이 발생하자 이를 한번에 손실로 처리하는 빅배스를 단행한 바 있다. 이 영향에 2016년 상반기 농협은행은 2907억원의 손실을 냈다.

현재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말 기준 주요 은행의 자산 현황 중 기업 여신 위험노출액(신용위험 익스포저)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 148조680억원, 신한은행 110조2650억원, 우리은행 91조9770억원, 하나은행 85조847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0% 가량 늘었다.

통상 은행들은 위험노출액을 기준으로 손실 가능성을 추산해 충당금을 쌓는다. 위험노출액은 기업의 신용등급 등에 따라 등급을 나누며, 등급이 높을수록 충당금 적립비율도 낮아진다.

문제는 지난해말 기준 기업 여신 위험노출액 중 절반 이상이 신용등급 BBB 이하인 기업에 대한 여신이며 갈수록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BBB이하의 등급은 개인으로 따지면 신용등급 6등급 이하에 해당한다.

통상 은행은 위험노출액을 산출하면서 등급을 재산출 할때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 변화 ▲대출채권 연체 30일 초과 ▲자산건전성 악화 등을 근거로 한다.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치고 나서 국내 주요 기간산업을 대표하는 일부 기업의 신용등급이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기존 기업 대출 채권에 대한 등급을 하향조정할 경우 이에 따른 충당금이 증가, 수익성은 악화하게 된다. 무작정 대출 만기를 늘려주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다.

은행 관계자는 "기간산업이 무너지면 금융산업도 연쇄적으로 무너지게 되는 만큼 은행 역시 마냥 리스크 관리만을 주장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무작정 자금을 공급할 수도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은행 역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대출 확대에 대해서는 은행 역시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추가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당장 만기 유예 등을 결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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