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앱이 새단장을 했습니다. 버전정보를 보니 "2.0.1"로 찍혀있네요. 기존 버전은 '1.19.1'였습니다.
2017년 7월 앱 출시 이후 19번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아예 앱을 전면 개편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앞의 숫자 2가 버전 2.0을 의미합니다. 반응은 나쁘지 않습니다.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신박하다(신기하면서 참신하다는 신조어)"고 하더군요.
카뱅에 개설한 적금통장만 12개, 이른바 '풍차돌리기'를 하는 헤비유저 입장에서 앱을 들여다봤습니다. 가장 먼저 홈화면의 글자크기가 작아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기자기한 맛은 있지만 눈이 안좋은 사람은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뱅에 물어보니 글자크기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새로운 디자인이 낯설어 글자가 작아보이는 거 아니겠냐고 하더군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기존 버전이 가독성이 좋고 편했다"는 리뷰가 올라와있는데요. 저만 작다고 느낀 건 아닌 모양입니다. 폰 설정에서 크기를 키워도 카뱅 앱의 글자는 커지지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는 단점보다 장점이 돋보인 개편이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든 건 계좌순서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카뱅 적금은 가입금액이 월 1000원부터 시작합니다. 부담이 크지 않아 마음내킬 때마다 만들다보니 어느새 적금통장이 12개가 되더군요. 만기는 6개월짜리도 있고 2년 가까이 되는 것도 있고 들쭉날쭉입니다.
그동안은 적금 가입일 순으로 위에서 아래로 계좌가 주르륵 나열되는 식이었는데요. 그러다보니 어느 통장의 만기가 먼저 돌아오는지 한눈에 파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화면편집' 기능을 활용하니 계좌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어 좋더군요.
홈화면에 보고 싶은 계좌만 남기거나 통장잔고를 숨길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딱딱한 은행 앱에 재미를 불어넣었다고 할까요.
계좌명 붙이기도 기존에는 글자수를 10자 이내로 제한했지만 이번 개편으로 15자까지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오늘은 서울, 내일은 유럽', '티끌 모아 강남 산다' 등 저축의욕을 북돋을 별칭을 붙일 때 유용합니다. 카카오프렌즈 팬이라면 26주 적금 캐릭터를 자신이 직접 고를 수 있게 된 것도 반가운 소식 중 하나일 겁니다.
새단장과 함께 홈화면에서 사라진 기능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로그아웃' 단추입니다. 원래는 우측 상단에 있었는데 이번 개편에서 '전체메뉴-앱설정-화면하단'으로 뺐습니다.
카뱅은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사용자들이 스마트폰 자체의 되돌아가기 기능을 더 자주 쓰고 10분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자동 로그아웃이 되는 만큼 굳이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할 필요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로그아웃 단추가 없어 불편하다는 의견이 포털사이트 등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 '사용자 경험이라는 게 그만큼 무섭구나'라는 걸 느낍니다. 제 입장에선 신용정보 확인하기 기능이 뒤로 빠진 게 살짝 아쉽더군요.
카뱅은 전체 직원 800명 중 40%가 기술인재로 채워져있습니다. 윤호영 대표이사는 "카뱅은 기술중심, 기술기반 은행"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라는 단어로는 카뱅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습니다. 재미와 감성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1200만명이 사용하는 '국민앱'이 될 수 있었을까요.
카뱅은 앱 개편과 함께 신한·KB·삼성·씨티카드와 제휴해 신용카드 4종을 선보였습니다. 카드 신청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게 특징입니다. 이번에도 감성공략 포인트가 담겼습니다. 카드 앞면에 '라이언'을 새겨넣었는데요. 기술과 감성의 결합이 신용카드 시장에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