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10대 청소년을 위한 금융서비스인 '카카오뱅크 미니(MINI)'를 19일 출시했다.
미성년자라는 한계에 갇혀 금융서비스를 온전히 경험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은행을 사용하는 경험을 심어주겠다는 취지다.
◇ 10대 겨냥한 카카오뱅크 축소판
카카오뱅크 미니는 신분증 등이 없어 본인확인이 어려운 10대 청소년에게 은행 사용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한 서비스다. 가입연령은 만 14세부터 18세까지다.
송형근 카카오뱅크 수신팀장은 "카카오뱅크 출시 이후 꾸준히 들어오는 요청 중 하나가 10대 역시 카카오뱅크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라며 "하지만 10대는 신분증과 타 은행 계좌 인증 등 추가 본인 확인수단이 없어 은행을 이용하기 쉽지 않았다"며 서비스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미니는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한 이후 휴대전화 본인인증만 거치면 '선불전자지급수단' 계좌가 개설되는 형태다. 계좌조회, 입출금, 송금 등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축소판으로 설계했지만 엄밀히 말해 '○○페이'와 같은 전자결제사업자들이 실시하고 있는 서비스와 비슷하다. 1인당 최고 5000만원인 예금자보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카카오뱅크가 주목한 건 '소비자 경험'이다.
오보현 카카오뱅크 서비스기획팀장은 "시대와 환경이 바뀌면서 청소년 역시 비대면 거래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비대면에 카카오뱅크의 색을 더해 청소년에게 새로운 금융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만 이용가능한 만큼 성인이 이용하는 금융서비스에 비해서는 한계가 많다. 계좌에 보유할 수 있는 금액 한도는 50만원이며 1일 이용한도와 1개월 이용한도는 각각 30만원, 200만원이다.
전용 카드도 발급한다. 체크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이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청소년이 사용하는 특성을 감안해 주류판매점 등에선 사용할 수 없도록 해놨다.
◇ 카뱅은 왜 10대를 겨냥했을까
카카오뱅크가 10대만을 겨냥한 금융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강조한 점은 '진정한 금융학습'의 시작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금융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염두해 직접 경험을 통해 금융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실제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령별 금융이해력 수준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20대의 금융이해력은 100점 만점에 61.8점으로 조사됐다. OECD회원 가입국 평균 64.9점보다 낮다. 특히 금융행위에 대한 점수는 58.4점으로 전체 점수를 갉아먹는 요인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들과 금융교육 강화 사업을 연이어 펼치고 있을 정도다.
은행 계좌 개설을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한 것과 달리 카카오뱅크 미니는 본인의 의사만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10대 청소년들이 직접 금융거래의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충성고객 확보를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은행 관계자는 "20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은행계좌는 부모 손에 이끌려 만든 자신의 첫 계좌 혹은 대학교 입학 이후 발급받은 학생증과 연계된 은행 계좌"라며 "은행 계좌는 아니지만 카카오뱅크의 서비스를 본인 의사로 처음 개설한 뒤 사용하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카뱅을 지속해서 이용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를 두고 보면 카뱅이 돈 되는 사업을 한 것은 아니다. 금융교육의 목적도 있겠으나 충성고객 확보가 주요한 목적으로 보인다"며 "성인이 되면 다양한 은행과 금융거래를 하겠지만 카뱅 미니를 접한 10대들은 자연스럽게 카카오뱅크 고객이 될 확률이 크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