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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감염병 시기 빠르게 대처해야 할 변화

  • 2020.06.15(월) 09:30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번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이번 사태는 보험 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졌다. 외부활동을 자제 하기에 차량 사용량이 줄어들었고 덩달아 교통사고율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 재난지원금으로 도수치료 등을 받는 사람도 많다. 이후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을 두고 현금화에 대한 논쟁도 벌어졌다. 무엇보다도 한국 보험 산업은 대면채널이 중심이기에 사태가 지속되면 중개 시장이 경색될 우려가 크다.

또한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심각한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험 산업은 경기에 민감하다. 성숙기에 접어들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힘든 시기에 위기가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보험 생태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보험사의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 계속 보험료 수입이 핵심이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기존 계약을 해지하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장기 계약 유지율이 낮아지면 보험사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산업의 시작점이 무너지게 된다.

어찌되었건 보험 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큰 위기를 경험하고 있기에 하루빨리 사태가 진정되길 희망하며 할 수 있는 일부터 해결해야 한다. 보험 계약의 목적은 사고 후 보험금이다. 이를 위해서는 피보험자 및 피보험목적물의 변화에 맞춰 계약 관리가 필요하다. '상법' 제652조에서 계약 후 알릴의무를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 계약 체결 후 피보험자나 피보험목적물의 위험률이 변할 때에는 이를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 이는 선택사항이 아닌 의무로 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발생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변하고 있기에 관련된 계약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산업 전 영역에서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다. 고용보험 신청률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무급휴직까지 감안하면 실질 실업률은 더 높을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단기 일자리로 노동력이 몰린다. 투 잡(Two job)을 넘어 쓰리 잡(Three job) 등으로 불리는 겸업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피보험목적이 사람인 인(人)보험에서 직업 변경이나 겸업은 반드시 알려야 할 주요 사항이다. 예를 들어 사무직보다 건설 현장 근로자가 상해 관련 위험률이 높다. 따라서 위험 직업이나 직군은 관련 담보의 보험료가 더 비싸며 가입금액도 제한된다.

보험 계약 당시 사무직으로 계약 전 알릴의무를 이행한 피보험자가 실업이나 무급휴직 등으로 인해 상해사고 발생률이 높은 직업으로 이직하거나 겸업을 할 경우 상해 급수 변경을 해야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배달을 위해 이륜자동차 운전이나 대리운전 등 계약 전 알린 차량의 사용 용도가 변하거나 영업목적의 운전도 알려야 한다. 해당 변화는 다수가 가입 중인 운전자 3담보의 보험금 지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륜차 운전자보험을 제외 일반적으로 가입 중인 '운전자벌금'과 '변호사선임비용'은 이륜자동차 사고 시 약관 기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은 해당 차량의 운전 중 사고를 면책하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자가용과 영업용으로 약관이 구분된 상품이 다수다. 이 경우 자가용 약관에 가입한 피보험자의 영업목적 운전은 면책이기 때문에 점검과 변경이 필수다. 약관이 구분되지 않은 상품의 경우에도 보험금이 일부만 지급되는 문제가 발생하기에 직업이나 운전 목적이 변하는 것에 맞춰 계약 사항을 변경해야 한다.

화재보험에서도 살펴야 할 것이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기존 자영업자가 폐업하거나 실직한 자가 창업을 하는 일이 빈번하다. 화재보험에서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업종에 따른 위험률이다. 가령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 카페는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된다. 일식집이나 삼겹살집처럼 술을 판매하는 식당은 일반음식점이다. 화재보험은 휴게음식점과 비교 일반음식점을 화재 사고에 더 위험한 업종으로 인식한다. 문제는 계약자가 영위하는 업종의 변경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 중 한 곳의 업종만 변경해도 전체 화재보험의 위험률을 변경해야 한다.

층별 불의 번짐을 막는 방화구획이 없는 건물은 내부에 가장 위험한 업종으로 건물 전체의 위험률이 결정된다. 층별 방화구획이 설치된 경우에도 동일 층의 위험률 변경은 같은 층의 모든 화재보험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변경된 위험률이 기존보다 더 높다면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폐업 후 공실은 위험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를 알리고 계약에 적용된 위험률을 변경해야 한다.

살펴본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다양한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담당 설계사도 계약 후 알릴의무 미 이행 시 발생할 문제를 간과하여 위험률 변화를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힘든 시기에 사고가 발생하면 불행에 불행을 더하는 격이다. 또한 사고 후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발생하면 절망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이는 계약자와 중개인 모두를 힘들게 한다. 그리고 배상책임 중심인 화재보험은 불의 번지는 특성으로 인해 불특정 제3자의 불행까지 강요할 수 있다.

보험 계약은 체결보다 관리가 더 중요하다. 일상의 작고 큰 변화를 민감하게 찾아내고 위험률이 변한 경우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없도록 계약을 관리하는 것이 위기 속에서 보험 산업이 해야 할 책임이자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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