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비즈人워치]키위뱅크 실험 통했다

  • 2020.09.10(목) 16:06

신홍섭 KB저축은행 대표이사 인터뷰
무늬만 디지털 벗고 모바일 전면전환
대출신청 두배로…내부역량 키워 결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KB저축은행 본사를 찾아 신홍섭 대표를 만났다. 올해로 취임 3년째를 맞는 신 대표는 디지털 경쟁에서 이기려면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과정에서 비용을 절약해 저렴한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KB저축은행은 '모바일 온리(Mobile Only)' 가치에 입각해 여신 프로세스 100%가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지는 모바일 앱 '키위뱅크'를 출시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찬바람이 한창이던 지난해 1월 신홍섭 KB저축은행 대표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년에 한번씩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소비자 가전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전자 제품을 둘러봤다. 하루에 3만보 이상을 걸었다. 현지의 여러 기업도 찾았다.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도 그중 하나다.

당시 우버는 '우버콥터' 구상에 바빴다. 헬리콥터 택시인 우버콥터는 평소같으면 도로가 막혀 차로 운전하면 3시간 이상 걸리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내 30km 구간을 10여분에 주파할 수 있다. 문제는 우버콥터를 실제로 만들어 빌딩숲 위로 띄워 상용화할 수 있냐는 것. 신 대표는 우버가 우버콥터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일하는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봤다.

우버는 스스로가 플랫폼이 되는 것에서 해답을 찾았다. 빌딩 테라스가 도심 내 탑승장 역할을 하도록 직접 도면을 설계해 건축을 의뢰했다. 건물을 지으면 임대를 해서 쓰는 식이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 프로펠러 장착 경비행기는 보잉에 제작을 맡겼다. 백악관 인력도 영입했다. 소음 규제 등과 같은 다양한 규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전방위적으로 추진하는 게 우버의 일하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방식은 신 대표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취임 1년을 맞은 신 대표는 저축은행을 어떻게 디지털화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신 대표는 "지향점이 분명하다면 목표를 이루는 과정 속에 존재하는 장애물을 풀어갈 방법을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안 된다, 저런 문제 때문에 안 된다는 태도야말로 안 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흐름을 역행할 수 없다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디지털화를 이뤄내겠다는 다짐이었을까.

KB저축은행은 지난 7월 모바일뱅킹 채널인 '키위뱅크'를 선보였다. 리테일 여·수신 프로세스가 모두 모바일에서 이뤄진다. 대출 신청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 대표가 취임하기 직전 2017년 말 1조1000억원 규모였던 자산은 올해 말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6.1%에서 2.3%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순이익은 145억원으로 전년도의 2배 가량 성장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KB저축은행 본사를 찾아 신 대표를 만났다. 신 대표는 디지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동화를 통해 원가를 낮추고 고객에게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이 그룹의 최전선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클라우드를 활용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도 밝혔다.

1962년생인 신 대표는 한국외대 서반아어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3월 당시 국민은행(현재 KB국민은행)에 입행했다. KB국민은행 비서실장을 거쳐 지역본부 본부장을 역임한 후 소비자브랜드전략그룹 대표 겸 그룹홍보·사회공헌 총괄을 맡았다. 2018년 1월 저축은행 대표로 취임했고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했다. 다음은 신 대표와 일문일답이다.

신 대표는 기존 KB착한뱅크를 개선해 지난 7월 출시한 모바일 앱 키위뱅크를 통해 비대면 여신 업무가 '24시간 365일'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안(Security)과 속도(Speedy), 단순함(Simple) 등을 핵심가치로 삼은 '쓰리에스(3S)'를 달성했다고도 소개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디지털 전환, 어떻게 하고 있는가
▲ 중금리 대출 시장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의 신용대출 금리인하 정책과 인터넷전문은행 중금리 대출 취급,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 등의 영향이 크다. 편리하고 신속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가격경쟁력이다. 대출금리는 조달원가와 업무원가, 마진 등을 계산해서 산정한다. 이중 한곳에서 비용이 증가하면 대출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자동화를 통해 원가를 낮추면서 벌어들인 돈을 다시 투자해 절대적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2018년에 선보인 온라인햇살론은 비대면 채널을 통해 비용을 줄인 결과 기존 햇살론 상품 대비 금리가 1.3%포인트 낮다. 앞으로 갈 방향은 명확하다. 시스템과 조직문화 모두 디지털에 맞게 전환해야 한다.

- 지금까지 과정을 평가한다면
▲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사람 손이 들어가지 않게 한 점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앱을 통해 고객이 들어오면 서비스 마무리 역시 앱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 재정비한 'KB착한뱅킹'을 선보였을 때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거래량이 늘어나니 백오피스가 바빠졌다더라. 자동화가 되면 직원들이 편해져야 할 것 아닌가. 고객이 앱에 들어와 서비스를 신청하면 직원들이 확인하기 위해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금융업권이 '24Ⅹ365(24시간·365일)' 업무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새벽에 대출을 신청하면 그 새벽에 승인여부를 알려줘야 한다.

- 해소가 된 건가
▲ 지금은 리테일 여신 프로세스가 100% 자동화됐다. 작년에 비대면 신분증 진위확인 서비스를 적용했다. 앱을 통해 신분증을 인식하는 기능이다. 신분증 위조를 위해 사진을 떼어 붙인다든지 신분증 기재사항이 정확한지 등을 확인한다. 2금융권은 1금융권과 달리 손을 못대고 있었는데 KB저축은행이 가장 먼저 론칭했다. 고객이 갖고 있는 다른 계좌에 입금을 한 뒤 메시지를 보내 본인 확인을 하는 방식도 적용해 정확도를 높였다. 고객이 앱에 들어와 서비스를 신청하면 이를 빠르게 처리하는데 기반이 된다. 모바일 온리(Mobile Only) 가치를 집약해 시큐리티(Secure·보안), 스피드(Speedy·속도), 심플(Simple·단순함) 등을 핵심가치로 삼은 '쓰리에스(3S)'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본격적인 경쟁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 디지털 최전선에서 회사를 이끌어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 지난해 조직 내 혁신 업무를 담당하는 부장과 함께 미국 CES를 찾았다. 중국 전자제품 기업이 만든 종이 형식의 디스플레이도 기억에 남는다. 기술이 빨리 변한다는 걸 실감했다. 금융업 역시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숙박중개업체 에어비앤비(Airbnb)도 방문했다. 몇몇 한국인 직원이 일하고 있더라. 처음에 에어비앤비에 출근을 했는데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돈은 더 준다고 해서 왔는데 할일이 없으니 초조하고 불안했겠지. 결국 스스로 기안을 짜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고 몸값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에 적용할 순 없지만 그만큼 주도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 고충은 없었는가
▲ 앱을 재작년 업그레이드했는데 그 직전에 디지털혁신부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내부직원 4명으로 구성했다. 외부 전문인력 기존 몸값이 상당해서 끌어오기 쉽지 않았던 측면도 있지만 직원들이 앞으로 꾸준히 활용하도록 직접 관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시스템을 아무리 잘 만들어놓아도 정작 직원들 손에 익지 않으면 운영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부직원을 불러도 내부직원이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실제 해보니 속은 터진다. (웃음) 회장님은 빨리 해보라고 하시는데 인력 충원은 없고 내부 작업 진척은 더디니까. 하지만 1년 정도가 지나니까 직원들이 재미있어 하는 게 보였다. 우리 나름대로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인력이 생기기 시작하고 디지털 관련 업무를 하고 싶어하는 직원들도 생겼다. 디지털 잔액 증명서, 보이스피싱 예방책, 목소리 서비스 등 업계에서 처음 선보인 서비스들이 꽤 많다.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 대표는 내부 직원들이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이 사용하지 않으면 개선점을 알수없고, 꾸준한 업데이트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대면 채널 강화는 업무 효율화로 연결되고 결국 기업의 가성비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향후 계획은
▲ 디지털 영역 인력은 현재 전체의 15% 정도인데 연말까지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전체 인력의 50%를 디지털 인력으로 꾸리려고 한다. 업무를 확대하고 연수도 보내면서 역량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모바일 구축 과정에서 빠진 기능들은 꾸준하게 보완해 나갈 것이다. 차세대 전략은 별도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전략 수립과 추진 방식을 고민하는 건데, 내년부터 구체화하려고 한다.

- 새롭게 개척하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 이번에 디지털 고객관리 시스템을 클라우드에 올려봤다. 나중에는 모든 정보를 클라우드에 올려 보려고 한다. 클라우드에 정보를 올려 놓으면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고 관련된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걸 가지고 동남아 시장 중금리 시장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몇몇 금융기관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있는데, 금리차를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것이지 사실 이렇다 할 시스템은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저축은행은 은행의 축소판이다. 저축은행이 소기의 성과를 내면 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시도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 저축은행도 연내 오픈뱅킹에 참여하게 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 피상적으로 보면 은행과 경쟁해 업계가 고사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할 수 있겠지만 저축은행은 기회로 보고 있다. 오픈뱅킹에 참여하면 일단 예금이 더 들어올 수 있다. 대출은 시중은행에서 대출 받기 어려운 분들이 저축은행을 찾기 때문에 오픈뱅킹 참여로 고객이 늘어나거나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다만 지방 저축은행은 고민이 많을 것 같다. 투자 여력도 크지 않고 성장 동력도 찾기 어려운 곳들이 간혹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채널이 대중화하면 특화할 수 있는 영역이 작아진다. 업체간 스프레드 차이가 너무 크다. 같은 저축은행이지만 모두를 하나의 규제 틀에 담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 대부업계 저축은행이 선전하고 있는데
▲ 금융그룹 저축은행 대표가 아니었다면 더 빠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대출을 신청한 고객 중 승인을 받는 고객은 전체의 5%도 안 된다. 트랙레코드와 외부 평가기관 정보, 금융그룹 내부의 이용내역 등을 모두 평가 모델에 녹여 위험성을 보수적으로 따지기 때문이다. 대출을 늘리면 성장은 할 수 있지만 나중에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다. 그룹 안에서 저축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잘못됐을 때 평판에 미치는 여파는 상당할 수 있다. 금융그룹 저축은행은 모범생이 돼야 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 수익성 부분에서도 한계가 있다. 예금금리가 떨어지고 조달금리도 낮아지면 프라임레이트(Prime Rate·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를 낮게 설정할 수밖에 없다. 금리를 낮춰야 하는 시스템 요인이 있는 것이다. 수익성을 고려해 2%포인트만 높이는 건 어떨까 한때 고민은 해봤지만 담당 부장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 코로나19로 연체율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 유심히 분석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연체율이 0.2%포인트 정도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저축은행은 리테일 고객을 주로 취급한다. 최근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를 새로 개발해 촘촘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고용이 확대가 된다면 소득 연속성이 이어질텐데 그렇지 않다면 내년 봄에 가계 부실이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유연하게 갈 필요가 있다. 기업금융 쪽은 캐피탈 등 여신업종이 대출에 보수적으로 나서면서 저축은행으로 편입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우량 사업자 중심으로 대출을 일으키면서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 대표에 취임한지 올해로 3년째다. 그간의 성과를 되돌아본다면
▲ 건전성과 성장성, 수익성 확보에 주력했다. 금융기관이 건전해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조직이 성장하지 않으면 직원들 의욕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장성도 중요하다. 돈을 벌어서 남겨야 직원에게 보상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빠질 수 없다. 취임 당시 KB저축은행 NPL(부실채권) 비중은 6%가 넘었지만 지난달 말 1%대를 기록했다. 취임초기 자산규모는 1조1000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연말 1조8000억원 정도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 업권 내 10위 규모다. 지금이 재미있다. 어려운 길을 걷고 있기는 하지만 주변 환경이 잘 갖춰져 있고 자율성도 상당부분 주어져 있어 감사하다. 자다가도 생각나서 일어난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